올해 상반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사태로,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가 대공황 상황임을 십분 체감하는 분위기다.
12일 기준 216개 국가에 확진자는 170만명 이상이 발생했고, 전 세계 누적 사망자수는 어느새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촉발된 이번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 사태 초기만해도, 이정도 예상은 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지난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사태와 비교해 치사율을 3% 남짓한 수준으로 내다보면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영역으로 점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어떨까. 아직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세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다해도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초기 대응에 좋은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싱가포르, 유럽의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예상치인 3% 이내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방역체계가 뚫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는 현재 누적 사망률 10%를 넘기며 말그대로 절망적인 상황이 그대로 포착되는 까닭이다.
초대형 재난상황으로 까지 비유되는 감염병 대유행 사태.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일시적으로 잠잠해졌다가, 주기적으로 유행할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과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감염병 학계 전문가들과 의료계에서는 제도적인 대비책으로 '선제적 방역체계'를 강조하는 한편, 계절성 유행질환으로 자리잡을 호흡기바이러스 감염 관리에 각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에서도 보여졌듯,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및 치료가 지연된 경우 사망률은 높게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 유럽의 일부 지역을 보면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퍼지고, 고위험군 감염도 상당부분 진행됐을 때까지 바이러스 유행상황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감염질환감시체계와 관련해 정부가 '인플루엔자 및 호흡기바이러스실험실 감시사업(KINRESS)'을 운영하는 상황이지만, 여기에도 효율적인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사업과 관련해 참여 병원이 50~100개 정도 수준이다. 참여 병원수를 300~400개 까지 늘려야만 보다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감시체계의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란 현장 감염병 전문가의 의견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렇게 선제적 방역체계가 중요해지는 것에는, 감염병 유행의 특징도 변해왔다는 점을 분명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번진 감염질환들은, 더이상 수인성 감염질환이 아닌 호흡기바이러스의 영향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수인성 감염병의 대표 사례인 콜레라 등에 이어 성접촉에 의한 에이즈(HIV 감염), 모기와 관련된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 등이 간간히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이런 감염병들 대부분이 전파경로가 정해져 있고 감염의 폭발성이 약해 비교적 관리가 쉬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1918년 수백만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스페인독감 사태에 뒤이어 1968년 홍콩독감, 계절성 유행질환으로 자리잡은 인플루엔자(독감) 등 대규모 감염사태를 일으킨 전염병은 모두 호흡기바이러스 질환이었다. 이들은 파급력과 전파력이 매우 강한데다 감염예방도 어렵다는 점에서,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매일같이 감염 관리 및 방지책이 보도되고 있고, 제도적인 이슈들이 논의되고 있다.
다행인 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손위생이나 기침예절 등 기본적인 보건교육 인식수준이 높아졌다는 부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같은기간 인플루엔자, 결막염, A형간염 등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가쁜 호흡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또 다가올 다음 호흡기바이러스의 유행상황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할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