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는 FDA를 통해 주된 세포 중의 한가지가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허가시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허가 후 품질 모니터링에서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FDA는 어떻게 이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FDA와 식약처의 심사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세포가 뒤바뀐 것이 인보사 사태의 본질일까? 물론 이 점은 법적으로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즉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유효성 면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FDA는 한국에서의 법적 분쟁을 알고 있지만 임상3상을 재개하도록 승인한 것이다.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건 우리나라는 허가를 내줬고, FDA는 임상3상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FDA에도 조건부 허가 제도가 있다. FDA는 인보사를 조건부 허가하지 않고, 임상3상을 하라고 한 것은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를 했을까? 그것도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들 대다수가 허가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을 대거 변경해 2차 회의를 열면서까지 말이다.
당시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 대다수는 인보사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의 유효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보사는 연골세포를 이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였기 때문에 연골의 재생 여부 없이 통증 완화만으로 허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이후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인보사 임상2상 결과는 임상3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근거는 되겠지만, 허가를 위한 근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발표했는데, 이는 필자의 의견과 동일하다.
이런 치료제가 2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조건부 허가가 난 것이다. 즉, FDA에서는 허가하지 않는 치료제를 국내에서는 허가해 환자들은 고가의 치료비를 지불하고 시술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임상시험은 안전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개연성이 있으면 승인된다. 인보사의 장기안전성은 좀 더 자료가 필요하겠지만, FDA가 임상3상 승인한 것은 단기안전성에 대해서는 추가 제출된 자료를 통해 인정한 것이다. 아마도 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에게 잠재적 위험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했을 것이다.
그럼 이번 임상3상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면 FDA가 허가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FDA는 임상시험 승인과 허가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임상시험을 승인하는 조건과 허가를 하는 조건이 다르다. 연구는 광범위하게 승인하지만, 허가는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국내 신약이 FDA에서는 거의 허가를 받지 못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식약처는 해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허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허가일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우리나라는 허가를 했고, FDA는 임상 승인을 한 것이다. 임상시험을 더 해야 할 약을 식약처는 허가를 한 것이다. 그럼 인보사만 그럴까? 요즘 뉴스를 보니 대형 제약사도 개발중인 신약도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모양이다. 이 후보약물은 임상3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표준요법이 있는 적응증에 조건부 허가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임상3상 마치고 떳떳하게 국내와 FDA에서 허가 받기를 바란다. 인보사 사태의 본질은 조건부 허가의 남용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