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real world data를 통해 오시머티닙 심장 독성이 경고되었다. 관련 뉴스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시머티닙 심장 독성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일찍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필자는 식약처에서 동료 임상심사위원과 함께 2017년 5~6월에 오시머티닙 관련 심장 독성 SUSAR 사례를 검토하였다. SUSAR(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는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으로서 오시머티닙 심장 독성 사례는 대부분 후유증을 남기는 중대한 사례였고, 드물게 사망도 초래하였다. 오시머티닙은 임상2상에서 심박출계수(ejection fraction)가 감소하는 심장독성 징후가 관찰되어, 임상2상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때 심초음파 등을 통해 2~3개월마다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하도록 허가상 주의사항에 기술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검토한 임상시험계획서에는 심장 기능 모니터링이 없었다. 즉 환자들은 오시머티닙을 투여받으면서 정기적인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오시머티닙의 타 임상시험에는 심장 기능 모니터링이 이루어졌는데, 오시머티닙 심장 독성 사례는 대부분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임상시험에서 발생하였다.
필자와 동료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 담당 공무원에게 그 때라도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계획서에 삽입하도록 회사에 요청하는 것이 시험대상자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구두로 말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필자는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통해 부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부작용을 막지 않음으로 추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잠을 설치게 되었고, 심장 기능 모니터링을 추가하도록 간곡히 요청하는 메일을 식약처 공무원에게 보냈으나 여전히 아무런 답이 없었다. 아마도 해당 임상시험은 끝까지 심장 기능 모니터링 없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안전에 관한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안전에 대한 작은 경고를 무시할 때 결국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의약품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경고를 무시할 때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의 임상시험 중에는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잘 검토하는 것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인 것이다.
만약 2017년 5월경 식약처가 필자를 비롯한 임상심사위원들의 오시머티닙 심장 독성 경고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비록 그 이전의 사례는 안타깝지만 그 이후 유사한 사례의 발생은 일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의약품 안전에 대해서 내부 전문가의 조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식약처를 작년 10월에 검찰에 고발하였다. 이는 식약처의 직무유기이고, 이런 직무유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다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의 안전은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약물 부작용 검토가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필자는 오히려 2017년 5월보다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당시에는 그래도 임상심사위원(식약처 근무 의사)이 모든 SUSAR를 검토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사망한 사례만 검토한다고 한다. 약물부작용으로 사망을 해야 검토를 받을 수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약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면 그 부족한 의사 인력을 안전성 검토에 투입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식약처는 도대체 임상시험 안전에 관심이 있기는 한걸까? 식약처에 외치고 싶다. Have a sh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