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스티커 없이 입장불가…방역 거듭 강조 사전등록만 받아 진행…참석자, 예년보다 2배 줄어
1차 열화상 카메라 관문을 통과하면 체온계로 열을 측정한다. 방명록에 이름을 기입한 후 자가 문진표를 작성한다. 2차 열화상 카메라를 지난 후 '정상'을 뜻하는 노란 스티커를 명찰에 부착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지만 원래 목적이었던 학술대회장에 입장할 수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1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기에 접어들어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수백명이 밀집하는 오프라인 학술대회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4월 둘째주에 열렸을 행사가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정도 미뤄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열리는 당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감염위험에 대한 경계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근태 회장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지 않았으면 학술대회를 열지 못했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학회 개최를 최종 결정했는데, 이태원 확진자가 늘고 있어 불안하다"고 걱정스러움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춘계 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타 의사회도 내과의사회의 학술대회 성공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춘계학술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한 외과계의사회 회장은 "진료과 의사회 중 내과가 오프라인으로 춘계학술대회를 처음 개최한다"라며 "학술대회 진행 방식 및 성공 여부를 타 의사회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등록만 받고 강연장 의자도 1m 간격으로 배치
내과의사회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현장등록은 통제하고 사전등록만 받았다. 그 결과 의사회 임원진까지 더해서 약 300명의 내과 의사가 학술대회장을 찾았다. 기존 500~600명 정도 참석하던 것의 약 2배 정도 줄어든 수치다.
학술대회장으로 진입을 위해서는 두 차례의 열감지기를 지나야 했다. 하나는 호텔 측의 방역 과정에서 설치된 열감지기. 더케이호텔 측은 출입문을 일원화 해 열 감지기를 배치하고 있었다.
내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열리는 3층으로 올라가면 다시 한 번 열 감지기를 만날 수 있다. 체온 측정을 수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열 감지기를 설치해놓고 왔다갔다 하는 참가자의 발열 상황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강연장도 방역에 철저히 신경쓰고 있었다. 의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1m 간격으로 배치했다. 참석자를 비롯해 좌장, 강연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방역 수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안내 멘트가 현장에서 수시로 이어졌고, 손소독제도 곳곳에 배치해뒀다. 제약사들이 모여 있는 부스에도 손소독제는 필수로 두고 있었다. 부스 참가한 업체 중 보령제약은 부스를 관람하는 의사들에게 마스크를 기념품으로 지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학술대회 공간의 한계로 사람들이 오가는 로비 등에서는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학술대회 진행 소식을 들은 외과계 동료에게 내과 의사들 용감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며 "사전등록도 불과 일주일 만에 찼다. 그만큼 의사들이 배움에 목마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내과의사회 12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근태 회장은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됐지만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하고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내면서도 '일 잘하는 내과, 하나 된 내과, 국민과 회원이 함께하는 강한 내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발표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그는 "의사회 중 가장 처음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만큼 방역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라며 "아무런 사고 없이 진행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