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학회에 의료법 특강에서 학회원들 사이에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다. 재생의료, 자가골수 줄기세포 시술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광고하는 의료기관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런 시술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각자의 의견이 달랐던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원은 “국내에서의 줄기치료 배양이 불법이라 일본에 가서 하는 것 아니냐”며 선을 그었고, 또 다른 회원은 “허용된 범위 내의 시술은 괜찮다”라고 맞섰다.
결론적으로는 다들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가 허용되는 시술인지, 광고는 어디까지 가능한자 답을 해주려니 녹록지가 않았다. 이에 이하에서는 현행 국내법상 허용되는 재생의료의 범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규정상 의약품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법원은 “사람의 신체에서 분리된 세포가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인체조직이 아닌 세포단위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의약품에 해당하므로 약사법의 규제대상이 된다고 전제한 후, 중간엽 줄기세포는 저온보관 중인 제대혈의 백혈구(단핵구)에서 조혈모세포 등과 구분하여 선별한 다음 성장인자 등을 첨가하여 체외에서 증식ㆍ배양한 후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세포단위로 인체에 투여되는 것이므로 약사법의 규제를 받는 의약품에 해당한다(2010. 10. 14. 선고 2007다3162 판결).”고 판시한바 있다.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줄기세포를 증식ㆍ배양하여 생산되는 제품은 약사법상 의약품에 해당하지만, 다만 단순한 분리 과정만을 거쳐 의사가 이를 환자에게 시술하는 경우에는 약사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해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은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 또는 재료로 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을 ‘생물의약품’으로 정의하고, 그 종류로 ‘세포배양의약품’ 및 ‘세포치료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실 가장 기본적인 판례, 식약처 고시 등을 소개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해가 쉽지 않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줄기세포를 “배양”한 주사제는 의약품에 해당하므로 의약품 제조 및 품목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하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해외 줄기세포 제조시설에 대해 특정세포 가공물 제조를 허가하면 줄기세포를 일본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것이 후생노동성에 의해 허용되고 있기에, 일부 학회원들이 언급한 ‘일본에서의 시술’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약사법 및 그 하위법규에서는 의사가 자가 또는 동종세포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최소한의 조작(단순분리, 세척, 냉동, 해동 등)만을 하는 경우는 세포치료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성형외과 등에서 “줄기세포 시술”이라는 미명하에 (배양하지 않은) 자가세포를 단순 주사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은 행위로 해석된다.
다만, 우리는 2020. 8. 28.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기존 법률과 다른 내용이 많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합성의약품과 다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맞도록 세포의 채취·검사·처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허가 제도가 마련되고,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실시기관 지정, 임상연구 동의, 연구계획에 대한 심의 및 승인, 인체세포 채취에 관한 방법과 동의의무,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자·제조판매품목 허가 등이 새롭게 규정된다.
이에 앞으로는 허가를 통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임상연구 실시기관과 병원이 함께 연구를 한다거나, 의사의 감독 하에 인체세포를 채취하는 것도 허용될 전망이다.
요약하자면, 국내법상 재생의료는 아직까지는 아주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허용되고 있고, 의료기관에서 직접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약제로 만든 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을 앞둠에 따라 기존에 법률 규제로 인해 허용되지 않던 행위들이 일정 조건 하에서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 있는 의료인들은 현재 허용되는 시술의 범위, 앞으로 바뀌는 내용 등을 꼭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주요내용
가. 정부는 5년마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ㆍ시행하도록 함(제5조 및 제6조).
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첨단재생의료기술 진흥을 위한 사업을 효율적ㆍ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 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첨단재생의료지원기관을 설립하거나 관련 기관 등을 첨단재생의료지원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함(제9조).
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려는 의료기관은 필요한 시설, 장비 및 인력 등을 갖추어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 지정을 받도록 하고,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는 경우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로부터 공급받은 인체세포 등으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도록 함(제10조).
라. 재생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기 전에 연구대상자로부터 연구의 목적 및 내용, 예측되는 결과 및 이상반응, 연구 참여에 따른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이 포함된 동의서에 서명을 받도록 함(제11조).
마. 재생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첨단재생의료 연구계획을 작성하여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의 설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제12조부터 제14조까지).
바. 인체세포 등을 채취하고 이를 검사ㆍ처리하여 재생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세포처리업무를 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인체세포 등의 채취 절차 등과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의 장이 지켜야 할 준수사항 등을 정함(제15조부터 제18조까지).
사.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복지부 소속기관 중에서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을 지정하여 첨단재생의료기관에 대한 관리ㆍ감독, 안전성 모니터링과 이상반응 보고,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장기추적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제19조부터 제21조까지).
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를 업(業)으로 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조업허가를 받도록 하고, 제조업자가 제조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품목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제조판매품목허가를 받도록 하며, 제조업자 및 제조관리자의 제조 관리에 필요한 의무 등을 정함(제23조부터 제26조까지).
자.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수입을 업으로 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수입업신고를 하도록 하고, 품목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도록 함(제27조).
차. 인체세포 등을 채취ㆍ수입하거나 검사ㆍ처리하여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업무를 업으로 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인체세포 등 관리업자의 준수사항을 정함(제28조 및 제29조).
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줄기세포 또는 동물의 조직ㆍ세포를 포함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나 투여 후 일정기간 동안 이상사례의 발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장기추적조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함(제30조).
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 장기추적조사와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ㆍ기술의 지원을 위하여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를 설립하거나 관계 전문기관 등을 규제과학센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규제과학센터의 자료 요청 권한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규제과학센터에 대한 지도ㆍ감독 권한 등을 정함(제32조부터 제34조까지).
파.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등의 첨단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개발 중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을 허가ㆍ심사의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하여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함(제36조 및 제37조).
하. 보건복지부장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보고와 검사 등에 필요한 지시 권한, 국민보건에 위해를 주었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인체세포 등에 대한 회수ㆍ폐기 명령 권한, 시정명령 및 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정지 권한,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하여 부과하는 과징금처분 권한 등 감독 등에 필요한 권한을 정함(제39조부터 제46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