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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서 또 폭행, 동료의사들 "불안해서 진료하겠나"

황병우
발행날짜: 2020-07-02 12:00:59

정신과 개원가, 비상벨·안전요원 등 대책 한계 토로
정신과환자 응급입원 경찰판단 기준 마련 필요성 언급

전주의 한 병원에서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소식에 동료의사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고 임세원 교수가 내원한 환자의 칼에 맞아 운명을 달리한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사들은 진료 중 환자들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진료실에서 의사가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선 의사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개원가에서 근무하는 A정신과 전문의는 "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불안감은 늘 있다"며 "욕설하고 언성을 높이는 환자는 간신히 감당하고 있지만 이런 소식이 들리면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B정신과 전문의는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사비로 방범복을 구비하는 것"이라며 "레지던트부터 폭력에 노출된 상황이고 대책마련이 있다 해도 작은 병원, 개인의원은 그런 대책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 필요없고, 제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거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총무이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비상벨과 안전요원이 있어도 진료실에서 급작스럽거나 계획적으로 폭행이 이뤄질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꼬집은 바 있다.

최 총무이사는 "앞선 경남 양산의 사례도 있었고 이번에도 안전요원이 있었음에도 폭행은 막을 수 없었다"며 "특히 이 사건처럼 여의사인 상황에서 남자가 폭행을 시도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도망가야죠. 별수 있나요"

취재 도중 한 정신과 전문의가 토로한 말이다. 이렇듯 개인 방범복 등을 준비하거나 여러 대책들이 있음에도 결국 상황이 터지면 정신과 전문의가 선택지는 피하는 것 밖에 없다는 의미다.

A전문의는 "큰 병원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병원이나 로컬에서 근무하는 경우 상황이 터지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다"며 "최대한 준비는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안전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각자도생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주 폭행사건의 경우 습격 환자가 훈방조치 된 이후 다시 병원을 방문해 재 연행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응급입원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슈가 있지만 폭행으로 신고 됐을 경우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응급입원이 필요한데 훈방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실제 다음날 병원을 재방문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봐 소견을 받고 응급입원을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B전문의는 "지금도 응급입원 기준이라는 통일된 지침이 없고 여러 지역에서 일해 봤지만 경찰서마다도 대처의 적극도가 다르다"며 "의료진 폭행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에게 그랬을 수도 있는 것이고 재발방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입원에 대해서는 경찰도 일관된 지침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