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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의사 4000명 확대? 의대생까지 반대 공식화

박양명
발행날짜: 2020-07-10 11:14:08

의대협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집단 린치 당하는 현실" 한탄
의사 단체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입장 잇따라 재확인

10년 동안 의사 4000명을 늘리겠다는 정부 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의료계가 "결사 반대" 입장을 견지하며 정부의 행보에 반대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의대생까지 나서서 "의대 정원 확대는 제2, 제3의 서남의대 사태를 맞는 것일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2021년부터 10년간 ▲지역의 중증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의사 3000명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 바이오 등 응용 분야 연구인력 500명 등 총 4000명의 의사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며 즉각 해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은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 예비 의사인 의대생까지 의대 신설 및 의사인력 양성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의대 신설은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지 않고 ▲양질의 의사를 배출할 수도 없으며 ▲국민건강보험료 증가 요인이 될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의대협은 부실의대 대명사로 꼽히는 '서남의대' 폐교를 예로 들었다.

의대협은 "서남의대는 가르칠 교수를 구하지 못한 과목도 있었고 실습병원이 없어 타교 병원을 통해 학생실습을 진행했다"라며 "폐교 후 3년도 채 되지 않은 서남의대 역사를 벌써 잊은 듯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대신설은 아무리 좋게 봐도 자질에 의문이 가는 의사를 양성해 취약지와 방역 체계, 정원 미달 진료과에 사람 숫자만을 조달할 뿐 실질적 개선은 바라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프레임과 밥그릇 싸움의 틀에 가둬져 집단 린치를 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라고 밝혔다.

의사 단체들도 잇따라 인사인력 증원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며 성명서를 내기 시작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은 그렇다쳐도 정부까지 나서 면밀한 검토와 미래 예측 없이 단순히 의사 수 증원 방안을 구체화 하는 것에 실망했다"라며 "단지 의사 수만으로 의료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판단에 정부가 맞장구를 쳐서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대한민국 선진 의료 시스템을 일시에 붕괴시킬 수 있다"라며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해 빚어질 혼란과 국민 건강 위협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이하 지병협) 역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예견된 실패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지역적 불균형, 실질적 부족을 구분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지병협은 "의대 입학정원 확대 이해 당사자는 기본적으로 현직 의사와 의대생이기 때문에 의사단체와 협의하는 것이 발표보다 우선해야 한다"라며 "통계 왜곡의 문제, 인구 감소 문제, 특례입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을 고려했을 때 입학정원 통한 의료인력 확대 방안을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협 역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협은 현재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와 함께 의대정원 확충 및 공공의대 신설을 '의료정책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가안이라고는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때도 다양한 진로를 장점으로 꼽았지만 그 효과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고 장기적 관점으로 설계를 못하니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국민에게 계속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