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 메디칼타임즈가 한주간의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오늘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술대회의 운영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학술대회가 최근 연달아 개최되고 있습니다. 특징은 모두 온라인 형태라는 점인데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대신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학회 운영에 실태와 해법을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박상준 기자: 먼저 최선 기자, 이달 온라인 학회 진행 사항 좀 짚어주시죠
최선 기자: 대한의학회에 공개된 학술일정표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앞서 9일 10일 신경정신의학회가 춘계학술대회를 오프라인/온라인 병행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내과학회, 소아청소년과학회, 폐암학회, 성형외과학회 등 총 다양한 학회들이 이달 온라인 방식으로 대회를 엽니다.
이런 기조에는 정부의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 방침에 덧붙여 대한의학회의 권고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중순 대한의학회는 최근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가급적 온라인 학술대회로 전환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고지했습니다.
박상준 기자: 걸림돌이었던 지원 부분도 해결됐고, 굵직한 학회들의 온라인 전환 선언을 보면 온라인으로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최선 기자: 네 겉으로만 보면 온라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오프라인 학회 대비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소 및 시간의 구애없이 스마트폰 접속만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서 참여 회원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반면 학회 운영진들은 운영난에 쩔쩔 매고 있습니다. 온라인 학회 지원 방식 및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학술대회는 보통 회원 등록비를 약 30% 정도 낮추 받고 참가자 수도 오프라인 대비 적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던 '하이브리드 학회'의 경우 엄밀히는 오프라인에 온라인 서비스가 추가된 형태입니다. 오프라인 학회를 열면서 스트리밍 대행업체를 활용해 추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학술대회 대비 고정비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전용으로 진행된 학회의 경우 대관료가 절감되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온라인 송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대행업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든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박상준 기자: 온라인 송출에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 건가요?
최선 기자: 방식에 따라 비용이 다릅니다. 컨퍼런스 방에서 진행되는 강연을 실시간으로 앱이나 홈페이지로 송출하는 방식이 있고, 강연을 녹화한 후 이를 송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방식별로 다르지만 보통 한 룸 기준, 송출 비용이 1천만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동시에 컨퍼런스 룸을 8개 운영하는 경우 8천만원 이상이 고스란히 스트리밍 대행업체 비용으로 지불되는 셈입니다.
일부 학회의 경우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체 인력과 알바생들을 동원해 시중 플랫폼으로 송출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학술대회를 마친 신경정신의학회는 "적자 폭이 얼마냐가 관건"이라는 말로 아예 적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곧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내과학회 역시 "적자만 아니면 성공"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학회는 수익사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학회가 정보 교류 등 공적인 기능의 행사를 개최하는데 적자를 걱정해야 한다는 건 앞서 보지 못했던 '기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박상준 기자: 그렇다면 이런 배경이 된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및 금액 기준'이 궁금한데요.
최선 기자: 온라인 학회 '지원방식 및 금액 기준'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표를 보면 제약사는 온라인 광고 또는 온라인 부스 형태에 각각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개 학술대회에 1개 업체가 지원하는 경우 온라인 부스와 온라인 광고는 각각 총 400만원을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오프라인 학술대회에서 부스 비용이 3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0만원이 인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보통 오프라인 학술대회는 제약사들이 부스를 통해 기념품이나 브로셔를 제공하거나, 런천 심포지엄 등으로 자사 품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수단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부스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부분도 제약사들의 참여를 주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 역시 프리젠테이션 자료 하단에 작은 로고를 넣어주는 게 전부입니다. 온라인 학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홍보 효과가 적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참여 열기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소위 학회와의 의리로 온라인 광고를 지원할 뿐 온라인 형태가 지속된다면 지원을 끊겠다는 게 제약사들의 속내입니다.
박상준 기자: 개선 방향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최선 기자: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온라인 학회 지원 규정이 보다 오프라인에 준하는 쪽으로 현실화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입니다. 현행 온라인 연수 강좌, 심포지엄 등은 지원이 불가한데 온라인 전환에 부대비용이 더 들어간다면 굳이 이를 제한할 근거는 부족해 보입니다. 오프라인에 준하게 포괄적으로 지원 기준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또 온라인 지원 규정마다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명확한 지침을 주는 것이 제약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준 기자: 실시간으로 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최선 기자: 학회의 목적이 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현재로선 '실시간'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국내 입국이 어려운 해외 연자들이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음성을 곁들이는 구조로 강연을 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음성 프리젠테이션 포맷으로 만들어 서버에 업로드하고 회원들이 다운받아 볼 수 있다면 큰 비용 발생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실시간이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차선이라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상준 기자: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학술대회 전환 이후 불거진 다양한 이슈들을 점검해 봤는데요.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진행돼야 할 수순이라고 해도 과도기적 진통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관건은 아무래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느냐에 달렸는데 내년 초, 후까지 지속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회의 온라인 전환이 방역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방역 활성화를 위해선 앞서 언급된 일부 미비점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 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