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오피니언
  • 이슈칼럼

공공의대 신설·지역의사 정원제가 의대교육 망친다(2)

유인술
발행날짜: 2020-08-28 05:45:50

유인술 충남의대 응급의학교실 교수

* 본 칼럼은 앞서 1편에 이어집니다.

3.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 정원제는 의과대학 교육의 파행을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감염병 사태와 같은 현 상황에서 역학조사관 등의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이 부족하여 공공의대를 만들고 기존의 의과대학에 지역의사 정원제로 별도의 T.O를 배정하여 지역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이 방안대로 지역의사 정원제로 별도의 학생을 뽑는 경우 기존 의대에서 같은 교육을 하면서 선발 방식만 이원화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입학경로에 따라 학생들 간에도 우열의식이나 콤플렉스를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 같은 교실에서 학업을 하는 학생들끼리도 감정적 분열을 일으키게 되어 학습 환경에도 많은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더불어, 학생이 늘어나게 되는 경우 현행 의과대학의 교육기반도 확충되어야 한다. 교육기반 확충에도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 10년 한시적인 정책을 위해 예산을 들여 교육기반을 확대하고 10년 후에는 원상회복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학생은 늘었는데 교육기반 확대 없이는 교육의 질이 부실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실패로 끝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하에서 지역인재 양성이라는 T.O로 지역 고등학교나 지역대학 출신을 입학생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지역에 남아있는 숫자가 몇이나 되는지 파악해 봤으면 한다. 자영업자나 기업이나 모두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지방대학을 나온 일반대학 졸업생들도 취업이나 문화생활을 위해 기회만 되면 모두 대도시,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만 지역에 남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MD학위 소지자)을 위한 교육위원회(ECFMG) 인증을 받은자로서 미국의 의사국가고시(USMLE)를 통과한자, 미국의 의학박사 학위(MD)를 수여하는 대학 졸업자, 정골 의학박사 학위(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를 수여하는 대학 졸업자로 MD학위는 국내 또는 국제 학교에서 취득 가능하지만 DO 학위는 미국 국내학교에서만 취득이 가능하다.

둘다 미국의 모든 주에서 의료를 할 수 있는 면허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MD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은 LCME의 인증을 받고, DO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은 COCA의 인증을 받아 교육기관에 대한 인증제도가 2원화 되어 있다. 2015년 미국에서 활동하는 86만 여명의 의사중 67.1%가 미국에서 MD학위를 7.6%는 DO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다른나라에서 MD 학위를 취득한 자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는 2015년 기준 MD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144개, DO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38개 있으며 MD는 의사가 되기위해 USMLE라는 미국의사면허 시험을 치르고 DO는 COMLEX-USA라는 시험을 치루고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MD 학위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며 DO 학위는 해외 85 개국에서만 인정되고 공인 DO 및 MD 의과 대학은 모두 세계 보건기구의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 포함되어 있다. MD와 DO모두 전문의가 되기위한 전공의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지만 DO학위 소지자는 대부분 일차진료에 종사하는 경우가 MD학위 소지자 보다 훨씬 많다.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문의가 되기위한 전공의 과정 지원시 DO학위 소지자는 MD 학위 소지자 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며, 보험회사와 수가 계약시에도 MD학위를 가진 의사에 비해 낮은 수가로 계약되는 등 2원화 된 의사교육 시스템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DO학위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역의사제 정원이나 공공의대 입학생에 대해서도 2원화된 학생 선발을 통해 학생간에 갈등이나 향후 일반국민들도 2류 의사로 취급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도 지방의대 출신 의사들보다 서울의 유명대학 출신들을 선호하는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가능할 것이다. 이는 교육의 파행을 초래할 가능성을 안고 출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공의대 설립도 이념은 좋지만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전염병 사태를 대비해 감염전문가와 역학조사관 등이 필요하고 이를위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의나 역학조사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의대를 통해 양성된 역학조사관은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어디서 채용하고 유지할 것인가? 감염병 전문의도 마찬가지이다.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을 경우에도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역할을 만들어줘야 유지가 될 것이다.

이 또한 정부의 역할이고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인력양성과 평상시의 활용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을 부정할 것인가? 세부적인 계획없이 인력만 양성하겠다는 정부계획은 열나는 원인이 머리에 있는데 발이 뜨겁다고 발에다 얼음주머니만 대주고 근본적인 열의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공무원 신분으로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보다는 좋은 채용 조건을 제시해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역학조사관 양성에 꼭 의과대학이 필요한가? 현재도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보건대학원을 통해 1-2년의 교육만으로도 역학조사관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대 입학생을 시도지사 추천이나 전문가,시민단체 추천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들이 있다. 학생선발에 있어 대학이 아닌 외부인사나 기관이 관여한다는 발상이 이해가 가는가? 과연 이러한 방식이 공정하리라고 생각하는가? 입시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떠한 것보다 공정성을 요구받고 있다.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음서제‘와 같은 추천에 의해 입학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정의로운 사회일까? 입시제도와 학교설립에 대한 권한은 교육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를 제껴놓고 복지부가 학교설립과 학생 선발제도까지 정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는가?

상식의 문제이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책추진은 반드시 각종 비리를 포함하게 된다. 과거 신규 의과대학 인가와 관련하여 수많은 정치계 인사들과 지역행정가들이 비리와 연관되어 법적처벌을 받았던 사례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목포, 보건복지위원회)이 지역에 의대 설립을 위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 하였다. 내용은 의학교육 인증평가 제도를 부실화 하는 것으로 제안 이유를 보면 “교육부 장관의 평가인증은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것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 교육과정이 없을 경우 평가대상이 되지 못하고, 인증을 받기 전인 신설 교육과정에 입학한 사람의 경우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신설대학의 경우 별도로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방식을 평가인증으로 간주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등교육법에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의무화돼 있고, 의료법에는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생에게만 국가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현행 의료법을 보면 ‘입학 당시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이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즉, 김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지역에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의 의학교육을 부실화하고 의과대학 인증제를 시행하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행위로서 의과대학 신설 초기 단계의 평가인증을 무력화함으로써 의대교육의 부실화와 이에 따른 부실한 의사 배출을 초래할 위험성이 큰 개정안이다.

우수한 의사를 양성하고자 이미 국가적으로 확립된 제도를 무력화 시켜 의대교육을 부실화시키고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고자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묻고싶다. 이미 우리는 부실교육과 교육시설 미비로 인한 서남의대 폐교라는 큰 사회적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 이러한 일을 경험하고서도 또다시 부실 의대를 양산하는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과대학 설립은 단지 강의실 몇 개 지어놓고 교수진 몇 명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년간 운영비도 다른 대학과 비교가 되지 않고 설립단계에서 기본적인 자리를 잡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10년 이상으로 일반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지간한 종합대학에서도 의과대학 설립을 쉽게 엄두내지 못하는 이유이다.

의과대학 교육은 기초과목을 포함한 임상과목과 세부전공 분야까지 포함하면 교수진만도 수백명이 필요하여 오히려 학생보다 교수가 많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실습교육을 위해 반드시 부속병원을 소유하도록 되어 있다. 부속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교수)외의 수많은 직종의 직원들이 있어야 하고 엄청난 예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연 재정자립도도 열악한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의과대학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재원조달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필요한 재정계획도 없이 일단 설립인가를 받고 보자는 것은 장사치와 다를 바 없고 학교의 부실화가 초래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