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초기 걸음마 수준이지만 저분자 '분자 접착제'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체내 세포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을 자기 자신이나 다른 단백질에 결합시키면서 단백질 간 가교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해당 분자 접착제 연구의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로 이어지기까지에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단백질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이끌어내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활동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 만큼은 주목하고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다국적제약기업인 노바티스는 관련 연구 분야에 대한 최신 소식을 뉴스레터를 통해 공개했다. 노바티스에서 분자접착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조나단 솔로몬(Jonathan Solomon) 생물학자는 "분자 접착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 분자접착제에 대한 개념을 보면 이렇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단백질로 이뤄져있으며, 이러한 단백질 분자들은 체내를 부유하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생명유지에 중요한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체내에 섭취된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거나 몸 속 노폐물을 처리하기도 하고, 유전자 코드를 읽어 들여 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부 세포 안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분자 접착제가 단백질 사이를 떠다니게 되는데, 이 작은 분자들이 수완 좋은 중매자처럼 단백질을 서로 결합시킨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NIBR) 신약 개발자(Drug hunter)들은 이 작은 분자접착제들이 질병의 진행까지도 막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존의 저분자 의약품과는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암처럼 까다로운 질환에 쓰일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
분자 접착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노바티스 화학자 로한 벡위스(Rohan Beckwith) 박사는 "이러한 작용이 자연에서 실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질병 생물학에 있어 저분자가 단백질을 서로 결합시킨다는 개념은 신약 개발연구에서는 아직 생소하여 상당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의약품에서 분자 접착제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단백질 간의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쓰레기'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세포가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분자 접착제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또한 질병과 연관된 단백질이 분자 접착제를 자신에게 붙게 함으로써 더이상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질병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뉴스레터를 통해 "기존의 저분자 의약품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 여전히 많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이 필요하다"면서 "단백질 간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분자 접착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단백질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이끌어내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활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