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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는 보게 해주자"…제자 구하기 나선 백발의 교수들

박양명
발행날짜: 2020-09-25 12:00:59

의학한림원‧전국수련병장 잇따라 의대생 지지 호소문 발표
"만시지탄이지만 국민들 건강권 위해 대승적 결정 부탁한다"

자료사진.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대표단은 국시 응시 의사를 표시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표명한 가운데 의료계 원로를 비롯해 전국 수련병원장까지 나서서 의사 배출 공백 사태를 우려하며 정부와 국민의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읍소에 나섰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원장 임태환)은 25일 대국민,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하고 "올해 졸업하는 의대생이 의사면허를 획득하지 못하면 내년에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되는 중대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라며 "의사국시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단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라며 의사국시 실기시험 응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즉각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만나 국시 재응시 기회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 및 여당은 "대국민 사과가 빠졌다"라며 재응시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의협의 움직임에 의료계 원로 단체인 의학한림원도 힘을 보테고 나섰다.

의학한림원은 "코로나19 위협 속에서 내년 1년 의사 배출 공백이 가져올 의료시스템 붕괴는 1년으로 그치는 게 아니며 그 피해는 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라며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태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고 국민건강수호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의사국시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년 의사 배출에 공백이 생기면 전국 대형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도 확보하지 못해 의료공백이 발생한다.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400명씩 추가 양성할 계획을 세웠지만 당장 내년에 무려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의학한림원은 "국시를 치르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진료공백 사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대생에게 의사국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국민이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국립대학교병원협회‧사립대학교병원협회‧상급종합병원협의회‧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수련병원장들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의사국시 정상화로 의료공백을 막아달라고"고 했다.

수련병원장들은 "국시 접수 기한이 이미 지나 형평성을 생각하면 추가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의대생들이 응시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건강을 위한 바른 선택이었다"라며 의대생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의료계에 발도 내딛어 보지도 못한 젊은 학생들이 국민 지탄을 받고 의정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감정 만이 아니라 이성으로 숙고하며 국민건강에 무엇이 최선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을 대신해 사과의 말도 전했다.

수련병원장들은 "국민의 아픔과 고통에 민감하지 못했던 부족함은 스승과 선배들을 챙망해 주고 아들이요, 딸이기도 한 청년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를 부탁한다"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함이다. 우리 의료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결정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