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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헐값 혈액판매 여전, 5년간 손해액 477억원

이창진
발행날짜: 2020-10-15 09:19:16

김원이 의원, 국회 지적 불구 구태 여전 "원가 개념 없는 협상 개선해야"

적십자사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헐값에 제약사에 국민의 혈액을 판매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원이 의원.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이 15일 적십자사 제출자료 분석결과 적십자사의 손해액은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8월) 4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가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혈액공급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국민의 헌혈을 통한 혈액의 44.6%인 2,435,022리터를 의약품 원료를 만들기 위한 분획용 혈액으로 사용했다.

의약품 원료용으로 판매하는 분획용 혈장 판매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적십자가가 혈액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총 2조 9360억원에 달하며, 5년간 잉여금(순수익)은 188억원이다.

적십자사 공급단가와 원료혈장 표준원가를 비교하면, 재료비·인건비·관리비가 포함된 원가의 65~77% 수준으로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공급했다.

혈장 1리터 판매 시 동결혈장 6만 ,846원, 신선동결혈장 4만 9980원, 성분채혈혈장 3만 8382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적십자사가 분획용 혈장 표준원가를 산출한 것은 1994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21년이 지난 2015년이다.

지난 2015년 이후 적십자사가 제약업체에 분획용으로 원료혈장을 공급한 현황을 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판매된 동결혈장은 10만 1053리터, 신선동결혈장은 35만 6024리터, 성분채혈혈장은 57만 5871리터이다.

공급단가 기준으로 약 1261억원의 수입이 발생했지만, 적십자사가 제출한 원가 산출자료에 대입하면 적십사에 477억 4387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한 가격에 분획용 혈장을 판매하고 있는 적십자는 최근 5년간 한차례 2017년 성분채혈혈장의 공급가격을 인상했다.

적십자사가 분획용 혈장을 원가에 비해 저렴하게 제약사에 판매하고 있는 사실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부터 지속 제기된 사안이다.

적십자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연구용역에서 산출한 원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으로 실제 발생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추산한 것"이라며 "2019년도 보건복지부가 발주 추진한 원료혈장 원가에 대한 용역이 2019년 11월에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김원이 의원은 적십자사가 제약사에 공급하는 분획용 혈장의 불합리한 가격이 형성된 것은 원가 개념도 없이 혈장을 공급한 적십자사의 무지와, 민간 제약사의 가격협상 거부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혈액관리법 제11조(혈액제제의 수가)에 따르면, 혈액제제를 수혈용으로 공급하는 가격의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게 되어 있지만, 분획용혈장 가격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적십자사와 제약사간 가격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약사들은 경영악화, 건강보험 등을 핑계로 분획용 혈장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SK플라즈마는 "혈장제제의 원재료인 원료혈장의 가격이 아닌 원재료비, 물가 상승 등 다른 원인을 이유로 경영 성과가 악화되어 가격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녹십자사는 "보험약가가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분혈장 및 혈장유래제품의 가격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원이 의원은 "적십자사 해명 보도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제약사에 분획용 혈장을 판매해 왔으면서도 2015년까지 원가 개념도 없이 제약사와의 가격 협상에 임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면서 "소중하고 귀한 마음으로 응한 헌혈이 적십자사와 제약사의 이익사업에 함부로 쓰여서는 안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