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 "FLAURA 아시아인 하위분석 새 해석 필요"
항암제의 효과 판정척도로 중요하게 언급되는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지표.
생존혜택을 비교할 때에 있어 OS 지표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임상연구의 특징과 사용 목적에 따라서는 PFS와 OS 지표의 우선순위도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크로스오버(치료제의 교차사용)가 허용된 약제 임상의 경우에는, 말그대로 정확한 OS 지표를 비교하는게 어려워진다. 때문에 이런 경우는 PFS 지표를 일차 평가지표로 잡고 연구의 디자인을 잡아가게 된다"면서 "같은 계열의 표적항암제들이 이미 처방권에 진입해있는 경우라면, 원치 않게 크로스오버 효과가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PFS 지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오는 12일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진입한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의 3상임상 'FLAURA 중국인 코호트(China sub-analysis)' 결과를 발표하는 이세훈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이를테면 오시머티닙의 FLAURA 전체 임상데이터를 살펴보면, PFS 지표는 명확한데 OS가 확 나눠지지는 않는다. PFS를 일차 지표로 디자인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짚어보면, 해당 폐암 환자에서는 T790 변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크로스오버가 발생되기 때문"이라며 "OS 지표보다 PFS를 우선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신 EGFR-TKI 제제로 처방권에 진입한 뒤, 1차 치료제로의 생존혜택을 보다 명확히 한 글로벌 임상 FLAURA 연구의 전체 임상분석 데이터가 작년 발표된 이후 아시아인 대상 하위분석에도 이목이 쏠렸다.
FLAURA 분석 결과 자체가 1세대 EGFR-TKI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군에 비해 1차 평가지표인 PFS 지표를 2배 가량 늘린데다, 2차 평가지표였던 OS 지표도 38.6개월로 보고되며 현존하는 EGFR TKI 제제 중 유일하게 생존기간 3년을 넘긴 표적항암제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기대했던 일본인 하위분석 결과가 애매했다. 글로벌 전체 임상결과와 비교시 생존지표에 온도차를 보이며 해석이 분분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학계에서도 일본인 데이터가 네거티브하게 나온 것을 두고 이해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이제 이유는 명확해졌다"면서 "일본지역의 의료환경을 짚어봐야 한다. 이레사, 타세바, 타그리소 등 비교적 약제 처방이 자유롭다. 비판적으로 보는 부분은,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일본인 임상 환자의 상당수가 실제로 암이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약을 스위칭하는 환자군들이 많았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나 서구지역의 의료환경과는 달리 오시머티닙이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 환자들도 많았고, 다른 약제를 사용하다 다시 넘어오거나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결과 측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라며 "엄밀하게 말하면, 프로토콜과 다르게 진행한 일이 많았다. 약을 쓰다 중단해버리면 보험으로 다시 해당 약제를 사용할 수 가 없다. 그래서 최대한 반응이 없을때까지 약을 쓰는 분위기인데 일본의 의료환경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임상데이터에 이번 중국인 코호트 임상을 합쳐서 보면, 전체 임상분석 결과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2020)에서 먼저 공개된 FLAURA China 데이터를 살펴보면, 해당 하위분석에는 타그리소군에 총 71명, 대조군(표준치료법)에는 65명의 환자가 배정됐다. 대조군의 경우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T790m이 확인된 환자 22명은 2차치료로 타그리소를 받았다.
그 결과, 타그리소군의 OS 중앙값은 33.1개월로 대조군의 25.7개월보다 길었으며 사망위험을 15.2%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중국인 코호트 분석결과 타그리소군과 대조군의 OS 중앙값 차이는 7.4개월로, FLAURA 전체 OS 중앙값 차이인 6.8개월보다 더 길게 보고된 셈이다.
이 교수는 "아시아인에서의 OS 분석과, PFS 개선지표가 OS로 연결될 수 있는가가 오시머티닙 임상의 핵심이었다"면서 "앞서 일본인 데이터가 애매하게 나오면서 챌린지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중국인 코호트 자료가 이 두가지를 모두 제시한 결과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EGFR 변이 폐암 환자에서 3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입증한 유일한 TKI제제로는 의미가 크다. 이를테면 ALK 유전자 변이 환자의 경우에는 생존기간을 넘긴 옵션이 다양했다. 이제 EGFR 변이 분야에도 3년을 넘긴 약제가 나온 상황"이라며 "임상 데이터상 치료 3년째 시점까지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 비율이 20% 수준이라는 것은, 결국 해당 폐암 환자들에서도 이제는 5년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