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①외과계 교육상담은 절차 복잡...왕진제는 코로나로 참여저조 행정부담·홍보 부족·낮은 수가 공통 문제점으로 지목...보완 필요성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 '저수가'.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대전제 아래 다양한 수가를 신설,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사업, 외과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왕진 시범사업도 그중 하나다.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다 보니 기존에 없었던 수가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 이들 사업은 과연 일차 의료기관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을까.
메디칼타임즈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각 사업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결론적으로 만성질환관리제와 외과계 교육상담, 왕진 제도는 수백만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통로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등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복잡한 행정절차, 홍보 부족, 여전히 낮은 수가 등이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만관제, 코로나19 영향으로 활성화 주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일명 '만관제'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가 포괄적으로 이뤄지도록 환자를 관리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 수가는 포괄평가 및 계획수립 4만 3900원(연 1회, 점검 및 평가 2만 4500원(연 2회), 환자관리료 2만 8000원(연 4회) 등으로 책정되어 있다.
교육상담료는 초회(초진) 교육상담 연 1회, 3만4500원 그리고 연 8회인 통합 개인은 1만400원, 통합 집단은 3100원, 생활습관개선 개인은 8900원, 생활습관개선 집단은 2600원이다. 연 1회인 집중 교육상담 개인은 1만9200원, 집단은 5700원으로 정해졌다. 이렇게 했을 때 수가는 환자 한 명당 24만~34만원이 된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네의원 1474곳이 총 17만1678명의 환자가 만관제에 참여했다. 의원당 평균 환자 수는 116명에 달했다. 환자 1인당 연간 24만~34만원의 수가를 적용해 단순 계산해보면 만관제 시범사업으로 의원 한 곳당 한 달에 약 232만~330만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과 개원가는 만관제가 개원가 주요 먹거리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8월까지 추가 참여 동네의원은 58곳, 환자는 4만3341명이 더 등록되는 데 그쳤다.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설치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 대응을 위한 TFT는 제도 참여 개원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구체적인 제도 개선 사항을 정리해 정부에 제시했다.
박근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상담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 됐고, 시범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과 개원가는 만성질환관리가 주요 먹거리이기 때문에 제도 붐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교육상담, 2년 가까이 진행했지만 활성화는 아직
2018년 10월부터 시행된 외과계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외과계 일차의료기관들이 수술 전후 교육상담을 했을 때 수가를 지급하는 것.
외과계 의원 중 일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사만 급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초진은 20분 이상, 재진은 15분 이상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시범사업 대상 질환은 ▲항문양성질환 ▲요로결석증, 전립선비대증 ▲자궁내막선증식증, 자궁평활근종 ▲어깨회전근개파열, 무릎인공관절 척추협착 ▲하지정맥류 ▲백내장 ▲유방암, 소이증 ▲만성부비동염 코 및 비동의 기타장애 ▲어깨의 유착성 피막염 등 10개 진료과의 15개 상병이다.
수가는 최초 교육 시 2만4590원, 재교육은 1만6800원이다. 질환별 환자당 최대 4번까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외과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에는 총 1766곳의 동네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부인과가 565곳으로 가장 많고 비뇨의학과 390곳, 이비인후과 378곳, 안과 165곳, 외과 103곳 순이다.
이는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한 의원 숫자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실제 급여를 청구한 기관은 신청 기관의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급여 청구 금액은 총 45억5600만원. 분기별로 보면 급여 청구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제도가 처음 시작되던 2018년 4분기 청구 금액은 2억1300만원이었지만 꾸준히 늘어 올해 2분기에는 10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복지부 발표를 반영해 의원 한 곳당 급여 청구액을 단순 계산해보면 의원 한 곳당 1290만원의 수가가 더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외과계 의원 중 사업에 참여한 의원, 실제 급여 청구까지 하는 의원 숫자는 크지 않은 상황. 내과계가 참여하는 만관제 시범사업과 비교해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외과계 의원들은 행정 절차상의 복잡함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행정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만한 유인 동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2만원대로 책정된 수가도 강력한 동기가 되지 않았다.
한 외과계 의사회 임원은 "사업 참여 단계부터 별도의 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받아야 하는데 수가는 종합병원의 4분의1 수준"이라며 "시범사업 신청부터 청구까지 행정절차도 복잡해 참여 의욕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담시간과 수가 개선 문제는 본사업으로 갔을 때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수입면에서도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1년도 안된 왕진, 신청기관의 10%만 왕진 나간다
왕진 시범사업 시행일은 지난해 12월말부터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수가는 약 11만5000원의 고정 수가와 8만원에 행위료를 더하는 수가로 나눠졌다.
왕진 의사가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거동 불편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진료하고 왕진 점검 서식을 제출했을 때 비용이 산정된다.
올해 8월 기존 63곳의 동네의원이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일반의가 48곳으로 대다수였고 내과 8곳, 가정의학과 3곳이었다.
제도 초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한 의원이 348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왕진'을 나가는 의사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10명 중 한 명만 왕진을 가는 셈.
올해 1분기와 2분기를 합한 급여 청구액은 2억3929만원. 의원 한 곳당 379만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P의원 원장은 "코로나19가 참여율 저조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며 "홍보가 적극적으로 되지 않다 보니 환자도 왕진 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진 가방을 챙겨들고 원정 진료 간다는 게 의사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주저하게 되지만 한 번만 다녀와도 왕진에 자신감이 붙는다. 사실 들이는 시간에 비해 수익적인 부분에서 크지 않지만 다녀오면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