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환자 40만명. 45만번의 안 검사. 5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진료기록 데이터.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가공된 데이터만도 약 15만~16만개.
1차 의료기관인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의원의 데이터 보유량이다. 안과 의원인 만큼 모두 시력교정술 관련 데이터다.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력 교정 예측 인공지능(AI)을 개발, 실제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강남밝은세상안과 김진국 대표원장은 26년간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AI 기술을 공유하고 다른 병의원과도 협업하기 위해 최근 1, 2차 의료기관 중심의 협회 구성을 주도했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한국지능의료산업협회(KIMIA)가 바로 그것. 협회는 빅데이터 기반 의료 AI 상용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세종병원, 365mc, 베스티안병원, 강남메이저병원, 나누리병원, 바노바기병원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1차, 2차 의료기관 10곳이 협회의 시작을 함께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KIMIA 김진국 초대 회장을 만나 협회의 방향, 의사들이 '데이터와 AI'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능 의료라는 말은 다음 달 10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등장하는 '지능정보'라는 단어를 차용했다. 해당 법은 4차 산업혁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추진 체계 정비 및 인프라, 산업 사회 변화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다.
김진국 회장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병원 방문 횟수가 16.5회"라며 "중증질환을 빼놓고 1, 2차 병의원에서 50% 이상의 의료 행위를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갑상선, 관절, 치과, 안과, 아토피 등 특정 분야에 대해 1, 2차 의료기관에서 질이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밝은세상안과는 '시력교정' 분야를 특화 한 안과 의원이다. 개원 25년차인 김진국 회장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차별화'를 목표로 삼았다. 녹내장, 백내장, 망막, 사시 등 안과 분야 질환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종합병원을 하고 싶다는 유혹도 많았지만 '시력 교정'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시력교정 데이터를 축적해 환자에게 수술 방법을 추천하고 수술 결과를 예측, 렌즈 사이즈까지 권해줄 수 있는 AI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김진국 회장은 "진료를 잘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관리를 잘 해야 한다"라며 "수지접합을 잘 하는 병의원, 아토피 특화, 갑상선 특화 등 특정 질환이나 증상 특화 병의원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모아 하나의 AI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는 데이터를 먹이로 삼는다. 서로 다른 데이터는 학습을 못한다. 노하우와 경험이 계속 쌓이면서 AI는 성장한다"라며 "플랫폼 구성을 위해서는 AI의 먹잇감, 즉 질 높은 데이터를 잘 확보하고 있는 병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50~80개 정도 특화 병의원을 협회에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일정 수준의 병의원이 모이면 3차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국책 사업인 닥터앤서 2.0 사업을 선제적으로 국가에 제시할 예정이다. 닥터앤서 사업은 올해 말 끝나는 국가 지원 사업으로 3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형병원, 중증질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협회 참여 의료기관과 컨소시움을 만들어 1, 2차 병의원 닥터앤서 2.0 사업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나라 AI를 1차 의료 서비스에서 실용화 시키고,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진료 환경에도 대비하며 사회적 약자도 보호하는 등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라며 "다른 병원과 임상경험을 공유하며 컨소시움을 만들어 이들 정보를 집적할 수 있는 공동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로서 축정한 경험, AI에 물려주면 얼마나 좋겠나"
그는 "미래 의료환경에서 의사는 AI를 쓰는 의사와 쓰지 못하는 의사로 나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의사는 오랜 시간 동안 고도로 트레이닝이 된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논문도 많이 읽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그런 경험을 버리고 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 경험을 AI에게 물려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5년 동안 시력교정술로 쌓은 경험이 AI 시스템 형태로 내 옆에 든든하게 있다"라며 "5G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고 가지 않으면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대학병원과 경쟁이 안되니 보다 특화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협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의료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플랫폼화 시켜 공동의 R&D를 통해 함께 결과를 내고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AI는 독자적으로 진료하고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AI가 인간을 대신한다는 것은 큰 오류다. 그렇게 가는 길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의료AI는 의사의 결정을 보다 편하게 해주고, 오진을 막아주며, 조기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빨리 정립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