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전 칼럼(2020년 11월 2일자 칼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의 횡단성 척수염 관련 안전성 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것과 식약처가 이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콕 집어 신속 허가를 심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주(11월23일)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또한 매우 우려스러웠다.
그 내용은 2회 접종 중 첫 접종시 풀도즈(full dose)의 1/2 용량을 투여받은 2,741명에서의 유효성은 90%, 풀도즈(full dose)를 접종한 8,895명에서의 유효성은 62%였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중 맹검 3상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아니라, 영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2/3상, 브라질에서 진행 중인 임상3상의 중간 분석 결과로서 코로나 환자 131 사례가 발생한 시점에서 분석한 것이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임상시험을 합쳐서 중간 분석을 하고, 평균적으로 70%의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로 다른 임상시험, 심지어 투여 용법이 다른 임상시험의 결과를 제시할 때는 각각의 결과를 기술적으로(descriptive) 제시해야 하며, 합쳐서 평균으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참고로 코로나 백신 허가를 위한 최소 유효성 기준은 50%, 바람직한 유효성 기준은 70%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90%의 유효성을 보였다고 발표한 2,741명 데이터의 신뢰성이다. 미국 FDA는 코로나 백신 허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에 대해 최소 3만명의 데이터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신뢰할 만한 안전성/유효성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그 정도의 참가자가 필요하다는 감염역학/통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2,741명은 3만명의 채 10%도 되지 않는 수이다. 또한 심지어 중간 분석 시점에서 확인된 코로나 발생 131 사례 중 몇 예가 2,741명 임상시험에서 발생했는지 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즉, 이는 지극히 탐색적인 수준의 참고 자료일 뿐이며, 신뢰할 만한 근거 수준이 전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회사에 따르면 2,741명에게 1/2 용량이 투여된 것은 본래 임상시험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았던 것으로서 연구진의 실수로 인했다고 한다.
임상시험 중 이런 투약 오류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18일 Lancet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영국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560명 중 투약 오류는 1명(0.2%)에서 발생했다. 즉, 투약 오류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이며, 2,741명에게 일어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임상시험은 중간중간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돼야 하고, 임상시험용의약품(백신)의 배송은 일반적으로 전산적인 tracking이 되기 때문에 설사 배송 오류(1/2 용량이 full dose 로 잘못 배송)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수천명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가지 발견을 못했다는 것은 오히려 이 임상시험이 GCP(임상시험관리기준)에 따라 제대로 관리됐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어느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대로 데이터의 신뢰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저용량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이 더 높게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이런 의견들이 무분별하게 보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위에도 언급한 11월18일 Lancet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저용량, 고용량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항체의 역가, 중화항체의 역가, 세포면역 반응(IFN-γ 반응)의 정도 모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므로 1/2 용량이 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과학적 개연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만약 회사가 1/2 용량이 더 유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반드시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입증을 해야 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횡단성 척수염 부작용에 대해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Nature의 우려를 산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백신의 유효성 발표도 이만저만 우려가 되는 것이 아니다. Nature 또한 필자와 동일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마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최대 90%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과거 리아백스주는 실패한 3상 임상시험 결과의 채 10%도 안되는 데이터를 후향적 분석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허가 과정에 여러 의혹이 제시돼 지난 국감에서 이슈가 됐고, 식약처는 이에 대해 내부 감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의 최소한의 과학적 신뢰성을 위해 3만명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함에도 그 10%도 되지 않는 데이터가 마치 매우 신뢰할만한 데이터인 것처럼 평가되는 것을 보면서 리아백스주의 부실허가가 악몽처럼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과민반응이기를 바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이중맹검 임상3상 결과가 나온 후 판단해도 전혀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