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과 수술에 사용하는 OVD(점탄물질)의 오염으로 인하여 일부 환자들에게 안내염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특정 제조사의 특정 제조번호 제품에서만 오염이 있었기에, 오염된 히알루론산나트륨을 사용한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운이 없게도 이 제조번호의 제품을 공급받아 수술에 사용한 병원들에게 닥친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안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오염된 물질로 인해 안내염이 발생할 경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고, 단시간 내에 치료가 잘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에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받으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오염된 치료재료를 공급한 제약사에 책임을 떠넘기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염된 치료재료를 사용하여 수술을 한 것은 제약사가 아닌 병원이기 때문이다. 즉, 나중에 병원이 제약사에 구상을 청구할지언정, 환자는 일단 병원에 대하여 1차적인 배상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하지만 우리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의 법리상 의사에게 고의·과실이 없는 상태에서 배상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에서도, “백내장 수술 후 안인내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예방적 점안 항생제 사용, 질 좋은 인공수정체 사용, 수술 시 소독 및 무균조작, 수술 시 살균소독제의 결막낭 내 점안, 술전 및 술후 항생제 결막하주사 및 술중 사용하는 수액에 항생제 첨가 등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신청인은 이 사건 수술 4일 전 소독을 위한 점안액을 5일치 처방하고 수술 당일까지 계속 점안하도록 지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수술에서 사용된 인공수정체는 감정결과에 따르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게다가 피신청인은 안인내염 예방을 위해 절개창을 한 바늘 봉합(봉합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한데 봉합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봉합한 경우가 외부로부터의 감염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함)하였고 수술 다음날 촬영된 사진을 볼 때 그 봉합은 잘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독 및 무균조작을 소홀히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안인내염 발생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인다.” 라면서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하며 하소연을 듣고, 배상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매몰찬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오염된 OVD(점탄물질)을 사용하여 환자에게 안내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없음을 알면서도 도의상 치료비를 배상해주고, 위자료를 얹어서 합의까지 해준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응 방법
그런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것은 늘 좋은 선택이다. 합의를 할 때 자문변호사 등이 합의를 대리해 주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의 성향에 따라 변호사가 나서면 합의가 쉽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돋우기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잘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불가능하고, 진료에 차질을 빚거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하거나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서 대화 채널을 변경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이 명확할 경우에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분쟁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절차다.
이런 조정절차가 원활하게 마무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법원이나 경찰서를 통하게 될 때에는 미리 진료기록과 소견서, 협회의 조사 자료, 뉴스 기사 등을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분쟁이 종결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