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미국 FDA로부터 한해에 새로이 사용허가 승인된 항암제가 1~4 종류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총 18개의 항암신약이 새로이 승인됐다. 신약 승인 이외에 기존 항암제의 허가확대까지 포함하면 여러 암종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사용 승인을 얻은 범위는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암환자에게는 기다리던 희소식이고 암환자를 치료하는 종양전문의로써도 쌍수를 들어 반길 발전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신약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연 1억에 가까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종양전문의들은 환자의 사정을 눈치보면서 조심스럽게 신약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건강보험정책 당국자들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보험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앞으로 어떤 신약이 더 나올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매년 피보험자인 국민으로부터 증액할 수 있는 보험재정은 한계가 확실한데 의료비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지속적으로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필수적인 진료의 범위를 결정하고 보험급여를 부담해주는 반면 어느 이상의 고가 진료는 환자의 부담으로 남겨 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항상 보험정책 당국과 제약회사, 그리고 환자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중증질환 환자가 있는 가정의 경제적 파탄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없을까?
첫째, 경증 질환 치료비의 보험급여 범위를 줄여서 중증질환의 급여 범위를 넓혀 주는 방법이 있다. 이 방안은 정치적 판단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둘째, 중증질환자라 하여도 질병의 경과에 따라 의료비 부담은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위암 3기 환자라 하여도 절반의 환자는 수술과 6개월의 보조항암치료만으로 완치가 되는 반면 나머지 절반은 중도에 재발해 끝없는 항암치료에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동일한 본인 부담 5%의 적용이 아니라 질병 경과에 따른 맞춤형 보험재정 지원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행정적 부담과 이전보다 부담이 증가할 환자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셋째, 가장 좋은 방법은 신약임상시험(의뢰자 주도와 연구자 주도 모두 해당)을 국내에 많이 유치하고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효과가 기대되고 경제적 부담이 없는 신약 접근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을 긴 안목으로 장기계획을 세워 진행해가는 것만이 미래 보험재정의 파탄을 막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