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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사 포용하는 새로운 의사단체 필요하다"

이창진
발행날짜: 2021-01-04 05:45:58

신년 인터뷰정기석 교수 정부 코로나 사태 해법 의료계 방향 제시
의협은 일개개원단체 불과 새단체 필요...상담과 교육 전문성 강화 주문

정부가 자신하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물량 도입이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방역 석학의 냉정한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올해 전국민 집단항체 면역 형성이 불확실하다는 의료계는 방역과 일반 환자 진료 사이에서 혼란을 되풀이하는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사협회는 개원의단체로 전락한 만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단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방역과 의료기관 경영을 섭렵한 정기석 교수는 현정부의 허술한 방역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장과 한림대 의료원장을 역임한 한림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가 메디칼타임즈와 신축년 새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사태 해법과 관련된 입장과 향후 의료계의 변화와 전망을 밝혔다.

우선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 실기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정부 방역 정책 실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확진환자 중 감염경로 미확인자가 5%에서 20%로 늘어났지만 정부는 방역 3단계 원칙을 훼손하며 1.5단계와 2.5단계를 추가한 이해할 수 없는 방역을 고수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역 2.5단계를 유지하며 군경과 공무원을 역학조사에 투입하라고 지시했을 때 깜짝 놀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 경로를 모르는 무증상 확진자가 20%를 넘었을 때 방역단계를 3단계로 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방역정책 실기 작년 11월 시작 “3단계로 감염 확산 차단했어야”

그는 "매일 1천명 내외 확진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집단감염 유행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질병관리청은 눈치보다 본연의 역할을 못했고, 청와대는 제 역할을 안했다"며 방역 실패로 단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은 지난해 대구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 방역 3단계를 통해 조기 감염 확산을 막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비임상 의사 전문가들이 방역 정책 혼란을 주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칭 전문가로 불리는 의사들이 방역 정책의 혼란을 선도했다"면서 "임상을 모르는 이론만으로 방역을 재단했고, 문 정부는 이들 주장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방역 정책을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신년 인터뷰에서 의료계의 단합된 목소리를 주문했다.
그는 "검경찰이 수사할 때, 소방청이 화재 진압 시 누구에게 물어보고 상황을 정리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방역 정책 결정 과정 중 사공이 많아지면서 질병관리청 내부도 혼란을 겪었고 신뢰도는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백신도입 정책도 비판으로 일갈했다.

정 교수는 "정부의 발표대로 오는 2~3월 코로나 백신 도입으로 전 국민 집단항체 면역 생성과 재생산지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백신 5600만명분 물량이 올해 상반기에 안 들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바이러스 벡터)의 항체 형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항체 형성률이 70% 미만으로 러시아와 백신 공동 임상을 한 것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며 "국내외에서 백신 접종 후 변이와 이상반응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내 전 국민 접종이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에 시름하는 의료계 의협외에 새로운 대표단체 필요해
코로나 사태로 혼란에 빠진 의료계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 직역이 한 목소리를 내는 강한 의료계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지금의 의사협회는 개원의단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원의와 중소병원,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그리고 전공의 등을 모두 포용한 새로운 의사 대표 단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복지부의 일방적, 갈라치기 정책 기조는 새해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계 원로그룹을 활용해 의료계 대책을 지지하고 힘을 합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복지부에 끌려가는 기존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례로 그는 중증환자 병상 부족 사태 해법으로 국공립병원 전담병원 전환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등 민간병원에게 병상을 할당하는 방식은 의료인력 부담 가중과 기존 중환자 치료 면에서 비효율이고 일차원적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지방의료원 등 국공립병원 병상 전체를 비워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중증환자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올해에도 코로나 사태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상담과 교육 등 특화된 의료기관만 생존하는 새로운 의료생태계를 예측했다.
의료계를 향해 상담과 교육에 입각한 전문성 강화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감기 등 단순 호흡기질환 환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중소 병의원도 기존 호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처방 중심에서 상담과 교육 등 환자들에게 확신과 신뢰를 주는 의료기관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도 대비해야 한다"며 "복지부도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전문과별 적정 전문의 수 책정과 함께 의료전달체계, 수가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기석 교수는 끝으로 "의사 수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의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포기해야 한다"면서 "신종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의료환경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환자 치료 사명감만으로 사는 의사의 삶을 각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