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탐구➄심리툰 연재 정신과전문의 팔호광장 작가 진료실 밖 환자와의 소통 위한 일‧취미 조화 조언
개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의사들 또한 유튜브, SNS 등 진료실 바깥에서 환자들과 소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 많은 의대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웹툰이다.
프로 작가처럼 화려한 그림은 아닐지라도 의사만이 전할 수 있는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환자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의대생의 경우 필명으로 활동 할 수 있다는 점도 크게 다가오는 부분 중 하나다.
메디칼타임즈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는 의대생 단체인 메디컬매버릭스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의 저자인 '팔호광장(필명)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팔호광장 작가(이하 작가)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부터로 '친구의 칭찬'에 용기를 얻어 취미를 연재로 끌어올린 계가가 됐다. 거창한 마음가짐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취미 생활이 자연스럽게 웹툰 활동으로 이어진 것.
그는 "태블릿PC에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칭찬에 용기를 얻었지만 실력이 서툴고 내용에 자신이 없어 필명으로 올리기 시작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관한 글을 쓰는 경우는 많지만 만화와 함께 표현하다보니 주변에서 관심을 더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명으로 활동하다보니 아직까지 가까운 지인도 만화를 그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 특히, 전업작가가 아니라 매일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소재를 얻는 곳 또한 진료 중 있었던 경험부터 정신의학 관련 서적 그리고 타 정신과 전문의의 개인미디어 등 다양하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길 내용보다 간결한 그림과 문구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이러한 소통의 강점은 정신과 문턱을 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에게 보다 편하고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그는 "환자들이 마음의 문제가 있어도 상담을 받을지 말지 경계가 애매하고 따로 시간을 내거나 어떻게 받을지 결정하기도 힘들다"며 "온라인 소통은 대면 상담보다 좀 더 부담 없이 전문적이 내용을 접하기에 유용한 통로라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즉,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하기 어려운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고민을 공유하고, 내용이 좋을 경우 지인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2차 공유되는 선순환의 방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
하지만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딜레마도 존재한다. 가령 정신의학적으로 실제 환자와 상담을 할 경우에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만화의 특성상 모든 내용을 담기에는 할애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
결국 전문가로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기술하는 동시에 만화의 가장 큰 강점인 재미까지 잡기 위한 고민이 병행돼야한다는 조언이다.
이와 관련해 "유익함과 재미의 적절한 중간점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고 밝힌 작가는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문턱을 넘는데 도움이 되는 글과 그림을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그에게 의대생들이 궁금한 점은 의료인과 작가 두 개의 위치 사이에 중간점을 찾는 일.
그의 경우 따로 스케줄 관리를 하지 않고 진료실이나 집 등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정한 연재 주기를 맞출 경우 억지로 하는 숙제가 되고 본업인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업자체가 여가 활동이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휴식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작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미래의 의사작가를 꿈꾸는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문구를 접하고 흥미가 닿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팔호광장 작가는 "예과실절 막연하게 문학이나 철학의 명저에서 소위 꽂히는 문장을 메모했던 경험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다"며 "어떤 분야의 시도든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흥미가 닿는 것은 조금이라도 시도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개적인 장소에 전문가적인 조언을 건네는 만큼 비판적인 댓글이나 악플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머는 필연적으로 공격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재미를 위해 그려지는 장면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악플을 마주치게 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표현을 가다듬고 수위를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지식을 어설프게 짜깁기할 뿐이기 때문에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직도 부담스럽다는 그. 끝으로 그는 의대생 후배들을 위해 명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상 없는 아름다운 일은 결국 남이나 시스템을 탓하며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명분만을 가지고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나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과대한 가면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