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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회장 선거 후보자 ‘0’ 사상 초유...격무가 원인

박양명
발행날짜: 2021-01-19 05:45:59

후보 등록 2주나 연장했지만 후보자 전무···대공협 역사상 처음
"대공협, 정부와 일선 공보의 중간자 역할" 없어질까 우려 목소리

코로나19 상황에서 핵심 의료 인력 중 하나인 공중보건의사.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이하 대공협)'가 수장을 선출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보의 업무가 과중해 대공협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닥친 일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홈페이지 메인화면
18일 대공협에 따르면 차기 대공협 회장에 지원한 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대공협은 지난 3일까지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진행했지만 입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일주일씩 두 차례에 걸쳐 후보자 등록 기간을 연장했다. 그럼에도 단 한 명도 출마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

1980년대 후반 대공협이 생긴 이후 전례가 없던 사상초유의 일이다. 의사 공보의는 지난해 742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오는 2월 임기가 끝나는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협회라는 중앙 단체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을 정도로 공보의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번아웃이 심하다"라며 현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후보가 없으면 선거를 진행할 수 없다고 대회원 공지를 한 상황"이라며 "다음 달 초 전국 시도공보의협의회 대표단이 구성되면 선거 재차 진행 여부를 비롯해 회장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과거 대공협 회무에 몸담았던 전직 임원들은 "일선 공보의의 의견수렴을 위한 대표 조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공협 회장을 지냈던 기동훈 전 회장은 "대공협 회장은 도간 이동권이 있다 보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이 최소 한 팀은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등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공보의는 소위 인력을 갈아 넣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협 회장은 비판을 많이 받고, 책임도 많이 지는 자리라 출마가 꺼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부가 꾸려지지 않으면 공보의와 정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 줄 존재가 없어지게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대공협 전 회장은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공보의 업무가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힘들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대공협은 정부와 일선 공보의 사이 중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국 각지에 있는 공보의들의 민원이 일상적으로 하루에 5개 내외로 들어온다"라며 "민원을 접수한 대공협은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문제들이라면 정부와 직접 이야기를 해 개선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공보의들의 지역간 이동, 대규모 파견 등이 워낙 많아서 민원이 하루에 10~20개씩 쏟아졌다"라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백신 접종도 공보의 업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공협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구심점이 없으면 복지부도, 공보의도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