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은 유럽희귀질환기구(the European Rare Disease Organization)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2월 29일이라는 희귀성에 착안해 제정했다.
이 날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질환 환우들의 고통을 나누고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한다.
희귀질환의 인식 제고가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희귀질환의 경우 증상이 있음에도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질환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
그중 파브리병, 고셔병, 뮤코다당 등 리소좀 분해효소 결핍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은 망막변성과 같은 안질환 증상으로 의심이 가능해 유의 깊게 살펴봐야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리소좀축적질환(LSD, lysosomal storage disease)은 리소좀 축적 질환은 체내 효소의 결핍으로 인해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파브리병, 고셔병, 뮤코다당증, 폼페병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리소좀이 세포내에 존재하며 가수분해 효소로 세균 등의 이물질 소화역할을 해야 하지만 특정한 효소의 부족으로 분자들이 분해되지 못하고 리소좀에 지속적으로 축적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안과 임현택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증상이 전신에 걸쳐 비특이적으로 나타나고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진단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지만, 간단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리소좀 축적 질환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저조할 뿐만 아니라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
특히, 리소좀 축적 질환은 전신에 걸쳐 증상이 광범위하게 발현돼 여러 진료과들 간의 협진이 중요하며, 실제로 시력 교정술 등을 받고자 진행하는 안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해당 의심 증상이 발견 시 신속한 협진이 필요하다.
리소좀 축절 질환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안질환은 ▲나이테각막 및 혈관 비틀림 ▲주시마비와 안구 운동장애 ▲각막혼탁 및 망막변성 ▲난시 및 근시 등이 있다.
나이테각막은 시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파브리병의 매우 민감하고 특이적인 지표로 파브리병 환자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
나이테각막은 파브리병 여성 환자의 76.9%, 남성 환자의 73.1%에서 나타나는 만큼 파브리병 환자가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또한 시선을 모으기 어려운 주시마비와 안구 운동장애는 제3형 고셔병 환자에서 빈번하게 보이는데 약 50% 이상의 환자가 주시 마비와 안구운동장애 등 안신경 관련 증상을 비장 비대 증상과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뮤코다당증은 다양한 안과적인 문제를 보이는데 뮤코다당증 1형의 소아 환자에서 각막혼탁이 자주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는 망막변성으로 많이 나타는데 각막혼탁은 뮤코다당증뿐만 아니라 파브리병 환자들도 흔히 겪는 증상 중 하나다.
결국 리소좀 축적 질환이 보통 진행성이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좋은 예후로 연결되는 만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임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과 동반되는 특별한 눈 소견을 통해서도 초기 의심 및 조기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막혼탁, 혈관이상 등 원인 불명의 안과 소견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면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 검사를 적극 실시해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