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41대 회장 선거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6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기반 선거운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13만명 중 절반도 안 되는 5만2510명이 선거인명부를 열어본 유권자고, 전례를 봤을 때 이 중에서도 절반이 안되는 2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0대 회장선거 투표율인 49%를 적용해 단순 계산해보면 약 2만5700여명이 실질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후보 6명이 이를 똑같이 나눈다고 보면 후보 한 명에게 약 4280여표가 돌아간다. 여기서 숫자가 더해지거나 감해진다.
전체 의사 중 투표에 참여하는 의사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 보니 의협 회장의 대표성은 늘 도마에 오른다. 의협이 의사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투표율 향상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 향상을 위한 각 후보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 의사의 10%에도 못 미치는 표를 갖기 위해 다투는 선거다 보니 내 편을 보다 더 많이 확보한 조직이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올해는 결선투표가 처음 도입되는 해다 보니 일단은 2등 안에 들고 보자는 생각으로 이미 만들어진 조직을 조금 더 확대하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현재의 적이 훗날에는 동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가 없는 조심스러운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선거권이 있는 회원이 각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SNS를 통한 선거캠프의 공약 홍보, 6번에 걸쳐 이뤄지는 토론회가 전부다. 6명이 내놓은 공약들이 말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후보의 다양한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조차 제한적이다.
각 후보가 상대 후보에 대해 비난이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토론회 등에서 있지만 발전적인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뼈를 때리는 송곳 질문보다는 훈훈한(?) 말들만 오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선거를 관장하는 선관위가 투표율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선관위는 혼탁한 선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전제하에 문자메시지 등 온라인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투표율 향상 책임이 선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6명의 후보들도 투표율 향상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거에서 일단 이기고 보자는 생각이 우선일 수 있지만 진정 의협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의협의 존재를 인지하고 의협 회장의 중요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의협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공약이 실현되기 위한 첫 단계는 투표율 향상이라는 점을 새겨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