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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시 유감 표시 의사로서 당연…잘못 인정 아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1-03-11 05:45:44

의료문제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새 회장된 유현정 변호사
논란 중인 의사면허 취소법안 "의료인 신뢰 높이는 계기"

"환자와 가족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해 치료한 의사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유현정 변호사(나음 법률사무소)는 의료분쟁에 휘말렸을 때, 의사로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이 같은 말을 꼭 건네야 한다고 했다. 현재 처한 상황에 유감을 표현하는 말일 뿐, 절대 의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유현정 변호사는 지난달 의변 제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잘잘못을 떠나 그 결과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은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는 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분쟁에 휘말렸을 때 보다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을 염려해 방어적이고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변호사는 "의료사고는 생명과 신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환자나 가족은 격앙되기 쉽다"라며 "이때 환자나 가족이 의무 기록을 달라고 했는데 안 줘서 경찰까지 대동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담을 거부한다든지 의무 기록을 안 준다든지 하면 불신이 증폭된다"라며 "잘한 것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의무기록은 특히 반드시 복사를 해줘야 한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환자가 의무 기록을 달라고 하는데 줘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는 유 변호사. 그는 "지체 없이 줘야 한다"며 "기록의 중요성은 몇 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힘을 줘서 말했다.

유현정 변호사는 "대형병원이 아닌 병의원은 의무 기록을 너무 허술하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진료를 끝내고 바로바로 정리해놓는 게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의무기록과 함께 '동의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침습적 시술은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다"라며 "척추주사시술, 관절강내주사 등은 동의서를 받는 경우가 드문데 문제가 생겨서 소송이 제기됐을 때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금고형 이상 의사 면허취소 법안 "무조건 반대 보다 팩트 확보가 먼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해온 법률 전문가로서 최근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유현정 변호사는 단호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그는 "의사는 신뢰가 중요한 직군이다. 금고 이상 형을 받는 것은 죄질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라며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을 현행 의료법에서는 거를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류 중인 법안은 모든 범죄가 아니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제외됐다"라며 "의료계는 민식이법을 예로 많이 드는데 교통사고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기가 쉽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정확한 팩트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는 조언도 더했다.

유 변호사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한해 동안 의료인이 금고 이상 선고를 받는 경우는 몇건인지 등의 정확한 팩트를 확인한 다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현정 신임 회장은 임기 중 의료 판례집 발간, 의료법 학교 개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의변 새 회장의 계획은? "신체 감정 제도개선 필요"

유현정 변호사는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올 한해 의료법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한 대외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유현정 변호사는 지난달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로 구성된 단체인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이하 의변)'의 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29명에 불과했던 의변은 10년만에 230여명의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유현정 신임 회장은 의료법 관련 지식을 나누기 위한 의료법 학교 운영을 비롯해 지난해 의료법 주석서 발간에 이어 의료 판례집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많은 변호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직도 '위원회' 체제로 재편했다.

장기적으로는 '신체 감정'에 대한 문제도 짚으려고 한다.

그는 "신체 감정은 환자에게 어떤 장해가 생겼는지, 치료비는 어느 정도인지, 기대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아닌지 보는 것인데 최근 들어 잘 안되고 있다"라며 "1심인데 신체 감정을 진행할 의사가 없어 5년 동안 판결이 나오지 않았던 사건도 있다. 감정을 받는데만 1년 넘게 시간이 걸린다"라고 현실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체 감정은 환자가 직접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면담을 해야 하니 의사가 이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라며 "신체 감정은 점점 지연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찾아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