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시범사업을 종료하고 본 사업으로 전환되었다. 시범사업으로서는 이례적인 4년 5개월의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방면에서의 효과를 입증하고 전국 45개 기관, 약 250명의 입원전담전문의를 배출하며 국내 입원환자 진료 환경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본 사업 고시가 발표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자체를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체전문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거나, 수가 유형에 따른 근무시간을 규정하는 등 경직된 사업의 틀에 대하여 현장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작년 11월 건정심에서 수가 의결 당시 나타났던 저수가에 대한 반발은 본 사업 기대효과로 다소 수그러들었다지만, 고시 이후 나타나는 혼란과 갈등은 실제 제도의 운영과 적용에 관련한 문제이기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진료를 수행하는 전문의의 인건비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 제도의 경직된 구조,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수련 인력의 부족은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에게 허용된 최대 환자를 최대 시간 동안 진료하도록 내몰고 있다.
모든 입원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할 수가 없는 현실에서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전문의가 필요한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제도의 틀이 이를 지원하지 못하면서 각 의료기관의 경영 논리가 더해져 결국 다른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박리다매를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각 기관과 입원전담전문의들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어렵사리 확보한 기존 전문의가 사직하거나 신규 전문의들의 유입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기관의 환자 유형과 중증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수가 구조 하에서는 일견 예견되었던 일이나, 현실적이지 못한 구체적인 규정들이 더해지면서 이를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의료 현장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주체인 정부, 사업을 운영하는 각 의료기관, 진료를 수행하는 입원전담전문의 간에 발생하는 제도적인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현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교한 사업의 설계가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모든 입원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비현실적인 대체전문의 규정, 근무 시간, 환자 수 등의 규정은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도입을 외면하도록 만들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마치 다른 사업의 규정들을 이리저리 짜 맞춰 놓은 듯 한 모습에, 본 사업의 시작이 마치 족쇄가 되어 현장에서 시범사업에 대한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바라보는 의료기관의 시각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 수련 인력의 감소와 입원환자의 중증도 상승,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준 반영 등과 맞물려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제외한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낮은 수가로 인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 시 발생하는 적자의 폭이 증가하고, 의료기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의 효과는 수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 측면에만 한정하여 보아도, 재원일수 감소에 따른 병상회전율의 증가, 환자 안전사고 감소에 따른 관련 비용의 절감 등 수가 이외에 얻을 수 있는 재정적 효과는 수가로 인한 수익 그 이상이다. 인건비와 수가로 대표되는 단순한 계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 실제로 가져오는 효과를 인지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현장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러한 유·무형의 효과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지표로 개발하여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의가 직접 병동에 상주하며 나타나는 환자 안전 증대, 의료진 업무 효율의 개선, 불필요한 검사 또는 협의 진료 감소 등 현장에서 이미 체감하고 있는 효과는 상당하다. 이전 의료 환경과 비교할 수 없는 극적인 효과들을 새로운 지표에 담아, 정부와 의료기관이 경제적인 논점에서 벗어나 입원전담전문의를 새로운 의료 환경 한 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스스로 유도하여야 한다.
‘전공의 5년차’로 대표하는 우려와 함께 시작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다양한 가시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입원환자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할 만큼 화수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이기에 지금과 같은 비현실적인 사업의 틀과 경직된 의료기관의 인식에 의해 언제든지 애물단지로 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정부의 유연한 자세, 수가 논리에서 벗어난 의료기관의 미래적인 시각, 그리고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