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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의 기술, 직원 사직서 꼭 받아야 할까요?

이동직
발행날짜: 2021-03-29 05:45:50

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원장님 단골 질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질문 중 하나, 바로 퇴사 예정인 근로자에게 사직서를 받아야 하는지, 받아야 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받지 않아도 된다면 왜 그런 것인지, 관련 질문 유사 질문이 수두룩빽빽입니다. 이에 대해 답하기 전에 먼저 퇴사 종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직은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맡은 직무)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거주지 이전・질병 치료・전직 등 개인적인 이유야 어떻든 상관없지만 사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 스스로 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회사 사정 또는 상사의 강압이나 회유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것은 사실 겉만 그렇지 그 속은 사직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직의 반대편에 해고가 있습니다. 근로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로부터 내쳐지는 것이지요. 만약 근로자가 잘못해서 나가는 것이라면 징계해고일 테고, 회사 경영사정이 썩 좋지 못해 그만두는 것이라면 통상해고일 겁니다. 어쨌든 징계해고든 통상해고든 해고의 종류에 관계없이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측면에서 일방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사직과 해고의 중간에 권고사직이 놓입니다. 회사가 어떤 이유로 근로자에게 사직을 청약하고,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면 권고사직이 성립됩니다. 회사가 제안했다는 측면에선 해고에 가깝지만, 근로자가 선택했다는 측면에선 사직과 친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권고사직은 정말 어중간하고 애매모호한 특징이 있습니다. 권고사직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직일 수도 있고, 해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기간 종료는 사직・해고・권고사직과 전혀 다른 층위를 갖습니다. 클라스가 다르다고 할까요? 누가 먼저 의사를 표시했고 퇴사를 결정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애초 근로계약 종료일에 못을 박고 관계를 시작한 후 약속한 종료일에 다다르면 자동적으로 계약기간 종료로 헤어지게 됩니다. 물론 계약갱신 의사 여부를 두고 다소의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가장 깔끔한 결별 방식입니다.

자, 그렇다면 처음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퇴사 예정인 근로자에게 사직서를 받아야 할까요? '사직'일 경우엔 받습니다.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과정을 생생히 담아둘 순 없으니 사직사유, 사직일 등 두 가지 핵심정보가 담긴 사직서를 받아두는 게 좋습니다.

혹시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사실 사직서를 받아야 하는지, 퇴사 종류엔 무엇이 있는지 따위가 아닙니다. 외려 이를 정확히 알아야 근로계약 관계를 원만히 종료하고 괜찮은 '남남'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퇴사 종류에 무엇이 있고,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면 자연스레 나쁘지 않게 결별할 수 있거든요.

사례별로 확인해 볼까요? 근로자가 회사를 사직할 경우엔 원칙적으로 사직서를 받되, 이를 굳이 작성하지 않으려 한다면 사직의 의사를 문자 또는 카톡으로 받아두는 것으로도 족합니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엔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는지를 신중히 검토해봐야 하고, 내부규정 및 취업규칙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되 근로자에게 분명한 해고사유를 통보해 이의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회사의 경영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권고사직을 단행해야 할 경우엔 결국 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므로 근속기간・직무・실적 등 근로자가 그간 회사에 어느 정도 헌신했는지를 감안해 금전적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 또한 권고사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회사의 경영사정을 면밀히 고려해 권고사직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애초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을 명시적으로 설정해 놓았을 경우엔 근로계약서만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기에 별 다른 행위가 필요치 않지만, 계약갱신 여부에 관한 단서 조항이 있을 경우엔 근로계약 시작 전에 근로계약서 별첨을 통해 계약갱신의 구체적인 요건을 정해두는 게 향후 분쟁 발생의 여지를 그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결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름답게 헤어져야 사업장이 한창 바쁠 때 부를 수 있고, 헤어질 때 상처를 받지 않아야 취업이 어려울 때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근로자-사업주 공히 서로를 배려하며 원만하게 헤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