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의료인의 수가 부족하여,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비전속으로 1명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비전속으로 근무를 하는 경우,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별도로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특수의료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원격으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해주고,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기관에서 그 비용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동안 하급심판결들은 견해가 갈렸다. 대다수 하급심 판결들의 입장은 특수의료장비규칙을 위반했으니 건강보험법상 부당청구에 해당하고, 따라서 비용을 환수하는 처분이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결들도 존재는 했지만, 동 판결들은 본안에 대한 판단없이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기각)하는 판결들이었을 뿐, 실질적인 내용을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르러 대법원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본안판단을 하였는데, 그 내용은 기존 대다수의 하급심판결들의 내용을 뒤집는 것이었다.
즉 대법원은 최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지에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을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는 것은 부당청구가 아니라고 최종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법과 요양급여기준규칙의 입법목적은 ‘적절한 요양급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요양급여 서비스 질의 담보)’이고, 따라서 특수의료장비규칙의 내용 중 요양급여 서비스의 질과 무관한 사항들은 위반하더라도 이를 부당청구로 보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의료영상 품질관리, 영상화질평가, 영상판독업무’는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수행 가능한 것이고 반드시 장비가 설치된 의료기관에 출근하여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지에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하는 것만으로도 위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동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부당청구는 아니라고 판단하였지만, 시정명령 등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 내지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원격으로 영상을 전송받아 판독하는 것을 부당으로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 가지 더 고려되어야 할 점이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은 하급심판결들이 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환수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하급심판결들이 나온 때나 이번에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때나 법령의 개정은 없었고, 단지 법원의 입장이 변경되었을 뿐이다.
즉 이번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예전에 진행되었던 하급심판결 사건들에도 적용되었어야 할 법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강보험공단이나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이미 과거에 잘못된 판단을 받은 요양기관들을 정책적으로 구제해 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는 법 논리 보다는 정책적 혜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가 있다.
*필자 소개 : 필자는 약 16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변호사로 근무해왔고, 법조인 중 건강보험 1호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20년 5월 법률사무소를 열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가 수행해온 현지조사 실무사례를 메디칼타임즈에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