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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선과 싸우는 건선 포기하는 질환 아니다

배유인
발행날짜: 2021-03-30 11:07:55

배유인 동탄성심병원 교수

동탄성심병원 배유인 교수
|메디칼타임즈=배유인 교수(동탄성심병원 피부과)| 중증 건선을 앓고 있는 A씨가 처음 진료실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A씨는 20대 초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건선을 진단 받은 이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스스로 느껴지는 자괴감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사실 진료실을 찾는 대다수의 건선 환자들이 A씨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피부 병변이 전신 피부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증 건선 환자들은 진료실에 오기까지,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갖은 치료법들을 시도하며 수 없이 많은 희망과 좌절을 겪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목욕탕, 수영장 가기 등 아주 소소한 일상의 회복이었다.

건선 환자들의 고충과 시행착오

건선은 우리나라 인구 약 3%가 앓고 있는 만성 피부 질환으로, 여러가지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한 피부 질환이라기 보다 온 몸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전신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동반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건선의 주요 증상은 다리와 무릎, 팔꿈치, 두피, 엉덩이 등 전신 다양한 곳곳에 하얀 각질과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건선의 증상들은 치료를 해도, 완치라는 개념 없이 만성적으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평생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며 건선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생물학적 제제 등장 건선 치료 환경변화

다행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피부 개선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건선 치료 환경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의 유발과 관련된 면역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수준이었던 과거 치료법 대비 발병 원인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루킨-23, 인터루킨-17 억제제와 같이 효과 및 안전성이 입증된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치료 효과 또한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 사용되던 TNF 억제제나 인터루킨-12/23 억제제들이 건선 병변이 50% 또는 75%가 호전되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인 PASI 50 또는 PASI 75 달성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면 2010년대 중후반에 출시되는 약제들은 PASI 90이나, 더욱 나아가 병변의 완전 관해 상태를 의미하는 PASI 100을 목표로 염두에 두고 있다. 그만큼 약제의 빠른 효과, 지속성 면에서는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임상 효과를 보이는 약제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가장 최근 도입된 인터루킨-23 억제제 리산키주맙(Risankizumab)의 경우, 3년(172주) 동안 치료를 지속한 환자의 63%(observed cases)가 완전히 깨끗한 피부(PASI 100)에 도달한 것이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제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지속한 환자들의 절반 이상은 건선 이전의 피부로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깨끗한 피부로 소소한 일상 회복의 꿈 실현 가능

인터루킨 억제제는 치료제 종류에 따라 연 4~12회만 투여로 치료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연간 투여 횟수가 적어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건선 환자들의 일상도 더욱 자유로워졌다. 적게는 3개월에 한 번씩만 병원에 내원하면 되기 때문에, 건선이 자주 발병하는 나이대인 20~40대 사회 생활이 왕성한 건선 환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앞서 환자의 사례에서 보듯, 건선이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건선 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 건선은 전염성 질환도 아니고 특별히 환자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환자들은 마음 놓고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에 편히 가지 못한다. 또, 건선으로 인한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의 어려움을 진료실에서 호소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병변을 깨끗하게 치료해 주기 때문에 특히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마지막으로, 건선에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기 시작한지 10년 이상이 됐기 때문에, 기존에 처방받던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효과가 떨어져서 고민하는 환자들에게도 선택지가 늘어난 부분은 임상에서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의사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특히 리산키주맙의 경우 기존에 사용 중이던 생물학제제에 대한 치료 효과가 점차 떨어져 75% 개선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여 부득이하게 약제를 바꿔야 할 환자들에게 사용해보면 상당히 빠른 개선 효과를 보임을 알 수 있었다.

전문의를 통한 상담 및 치료가 중요

이처럼 건선은 더 이상 치료가 힘들고 불가능한,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진행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깨끗한 피부로의 개선, 치료 효과의 장기간 지속이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왔다. 많은 환자들이 더 이상 검증되지 않은 방법들에 의지하며 방황하지 않고,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