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까지 가는 새로운 투표방식이 도입되어 투표자의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아 회장이 되는 것은 크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 해를 돌이켜보니 코로나 전염병의 확산과 의사 파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의사들이 유난히 더 힘들었던 한해 같습니다. 의료최전선에서부터 전염병과 사투 벌이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비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전염병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하며, 지난 파업의 실패로 인해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의 의협 운영방식과 상의 없는 철회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회의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망의 연속인 순간에도 의사 여러 직역의 고충을 귀담아 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13만 의사의 마음이 이필수 당선인에게 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삶은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많은 선배 의사들의 노력에 전공의법이 각각의 병원에 연착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전공의법을 서류상으로 날조하고 가혹한 업무를 여전히 감당하는 전공의들을 마주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단 전공의들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 정립해왔다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유명무실해져서, 개원하신 선생님들은 날이 갈수록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고, 종합병원급 이상의 규모에서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밀려드는 환자들과 중증의 환자들을 보살핌에 있어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을 돌이켜보면, 의사들은 항상 정부와 상생하려 하지 않고 다투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문재인 케어라는 보장성 강화의 정책부터 시작하여, 법률 입안부터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사법절차까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추진된 정책들이 없다고 보기에 다투어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투는 방식에 있어선 얼마든지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편 가르기 정치적 행보와 아군 적군마저 구분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고로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권력을 상대하여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지난 회무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셔야 합니다.
의사협회가 이 거대한 권력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환자의 질병을 대하는 '전문성'입니다. 애꿎은 피를 사혈이랍시고 뽑아내거나 산삼 약침이나 놓아주며 돈만 되는 것이면 무지함에도 불구하고 갖다 베껴 쓰려고 하는 전문성을 주장하는 모 단체는 논외로 하고, 누구보다도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학을 배운 이들은 의사들밖에 없습니다.
정치가들이 의료정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그 누구보다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의료정책을 논할 때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의사협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통계자료를 내놓고 그들과 토론하여 정략적인 결정이 아닌 '의료사회에 옳음' 되는 결정을 정치가들이 할 수 있도록 도우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 직역에만 국한하는 의사들만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전공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개원의, 봉직의, 교수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장을 마련해 주셔서 그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책을 만들어 감으로써,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올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39대 때부터 의사협회 선거를 지켜보며 모든 후보가 전공의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철만 되면 '전공의들의 수련 및 교육환경에 대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되뇌었습니다. 이필수 당선인 또한 전국 수련병원을 상시로 방문하여 격려하고 소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수련병원의 장들과 교육 수련 부장들을 만나십시오. 그리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소속된 선생님들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들을 자주 만나주십시오.
전공의들을 위해 수련환경을 어떻게 개선해나가고 있는지, 수련 중 부당한 사례를 겪진 않는지, 그 병원에서 무면허 의료 인력이 판을 치고 있진 않는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수련 시간 80시간인지, EMR을 임의로 차단해 다른 이들의 아이디로 처방을 내고 있진 않는지, 전공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펠로우를 강제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지, 수련 중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교수는 없는지, 그리고 그들의 신고와 민원이 잘 접수되고 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전공의를 상대로 공약하신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속한 한 명의 전공의로서 주시하겠습니다.
훌륭한 후보님들을 제치고 당선되신 만큼 더욱더 훌륭한 회무로 의사협회를 3년간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고 의지하겠습니다. 의료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소망하는 젊은 의사들의 외침이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며, 두서없는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