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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몰린 이비인후과…봉직의 구인도 하늘의 별따기

원종혁
발행날짜: 2021-05-18 05:45:59

코로나 장기화 개·폐업 여파 두드러져, "처치료 등 대책 시급"
세금 및 대출 규제 문제 경영난 심각, 봉직의 취업시장도 얼음장

"엎친데 덮친 격이란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해 고사 위기에 내몰린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어느 때보다 진료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급감한 환자수에 더해 세금 및 대출 규제 등으로 의원 운영부터 개업까지 어려워진데다, 봉직의 일자리까지 씨가 마르면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는 것. 팬데믹 상황에 타개책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사업에 최일선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고 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이비인후과 개원가는 환자수 감소는 물론 높은 폐업률을 보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작년 이비인후과 의원 66곳이 폐업을 신고했는데 이는 직전년도 44곳보다 1.5배 늘어난 수치.

더불어 코로나19 발생 후 환자수 감소도 두드러졌다. 심평원의 '2020년 3분기 진료비 주요통계(심사결정분)'를 보면, 이비인후과를 찾는 1일 평균 환자 수가 57.2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29.8% 감소했다.

환자 수가 줄어든 만큼 진료비 매출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이비인후과 한 곳당 진료비는 3528만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19.5% 줄어든 비용이었다.

고한성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는 "진료과목에 형평성 얘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이미 수치적으로도 이비인후과계 폐업율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작년 의사회 통계조사에서도 매출의 30%가 줄었다. 수입의 30%가 줄었다는 것은, 실상 수입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비인후과의 평균 소득률이 평균 30% 정도로 나타나는데, 이는 운영비 조차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치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비인후과의사회도 고민이 깊은 상황으로 전했다. 병의원 운영을 놓고, 단기적으로 세금의 유예나 대출 문제 등 자금적인 부분을 놓고 정부에 요구할 사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정책의 여파로 대출을 더 조인 측면도 있겠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전문직 대출을 줄인다거나 닥터론 등의 대출도 전부 회수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대출을 떠안고 있는 의원가는 매출표를 제출하고 은행권에 심사를 받는다"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대출을 당장 상환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폐업으로까지 떠미는 상황밖엔 안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치료 보상책과 코로나19 선지급금의 한시적 유예에 대한 현장 목소리도 높다.

서울 S이비인후과 개원의는 "이비인후과는 처치가 많은 진료과다. 문제는 이러한 처치료에 대한 인정 수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귀지제거부터 코에 농을 빼주는 강(腔) 처치 등 마스크를 내리고 비말을 다 받아내는 말그대로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한다. 이제는 정당한 처치료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P이비인후과 원장은 "정부가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경영난을 보완하기 위해 선지급금을 지급했다. 일종의 대출개념인 셈인데, 여전히 상황은 나이질 기미가 안보인다"며 "사정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유예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고 의견을 냈다.

이비인후과의사회에서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진료에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소아 환자관리나, 감염관리료 등을 정부에 요청하는 분위기다. 의사회 관계자는 "의원 유형 수가협상을 앞두고 협상단에도 이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폐업 위기에 처한 소청과나 이비인후과 개원가의 현실을 잘 전달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비인후과 취업시장도 얼어붙은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높은 폐업율에 결부지어 봐야할 부분이 취직자리가 없다는 문제"라며 "과거 상황이 안정적일 때 봉직의를 고용하는 이비인후과들이 꽤 있었지만, 이제는 이 자리가 없다. 각종 구직란을 보더라도 코성형과 관련된 이비인후과 전문의 수요는 있지만, 순수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자리는 수도권에서 씨가 마른 상황 같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인원들이 개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재 대출 규제가 심하다"면서 "대학의 팰로우로 들어가면서 어느정도 유예되는 것 같지만, 팰로우만 계속할 수는 없다. 결국 정체된 개업시장에 어느 순간 밀린 수요들이 또 나오면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다시 힘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