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지난해 자보 통계 공개…환자 줄고, 진료비 늘어 전체 진료비 중 한의과 49% 차지…의료계 역할 찾기 돌입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에도 자동차보험을 활용하며 한방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와 진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반면 병의원을 찾는 환자 수는 감소했고 진료비도 줄었다.
그렇다 보니 의료계는 자동차보험 진료 과정에서 의료기관 역할 찾기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를 공개했다.
자동차보험 청구기관은 지난해 12월 기준 2만640곳으로 전체 개설 의료기관의 29.5%를 차지했다. 특히 한방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청구가 두드러졌는데 한의원은 1만4464곳 중 1만1939곳이 진료비를 청구했다. 이는 10곳 중 8곳 수준이다. 한방병원은 410곳 중 96%가 넘는 397곳이 자동차보험을 청구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조3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반면 환자 수는 226만6000명으로 전년도 보다 3.8% 감소했다.
진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한방 의료기관의 약진. 한방 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 진료비는 병의원 진료비에 육박하고 있었다.
의과는 1조2000억원 수준에서 진료비가 머물러 있는데 반해 한방 의료기관 진료비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의과 분야 진료비는 1조2055억원으로 전년 보다 3.5% 줄었다. 반면 한의과 분야는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 1조1238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17.5%나 증가했다. 5년 전인 2016년 4597억원 보다는 59%나 급증했다.
지난해 의료기관이 진료한 교통사고 환자의 질병은 '목 부위의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코드 S13)'이 가장 많았고 '요추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33)', '두개내손상(S06)'이 뒤를 이었다. 한의과 역시 의과처럼 '목 부위의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S13)', '요추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33)' 환자가 가장 많았다.
S13, S33를 병명으로 한 환자 진료비는 의과 진료비의 27.1%를 차지한 반면 한방 진료비에서는 78.4%를 차지했다.
2조원이 훌쩍 넘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한방 의료기관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는 교통사고 환자에 보다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차보험위원회(위원장 이태연)까지 만들어 자동차보험에서 의료기관의 역할 찾기에 나섰다.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청구의 기준 설정 및 관련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심의 결의하는 '자동차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에 다시 참여하는 게 첫 단추다.
이태연 위원장은 "교통사고 환자의 상당수가 경증 환자인데, 이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자정 작용도 중요하지만 국민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 보험사 등과도 잘 이야기해서 정상적인 진료 환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