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방역당국의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파견 요청에 병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병원협회는 14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코로나19 재유행 환자 발생에 따른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 참여 협조' 공문을 회원병원에게 긴급 공지했다.
14일 0시 기준 일주일 간 1일 평균 확진자 수는 1255.9명으로 이중 수도권 확진자가 955.7명으로 76%를 차지했다.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10만명 당 3.6명, 7월 1주 기준)을 보이며 전주 대비 54.9% 증가했다.
복지부는 무증상 및 경증 환자 증가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를 중심으로 병상을 확충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생활치료센터 7877병상 중 6027병상을 사용하고 있어 1850병상 여유가 있다.
중수본은 장기간 누적된 감염원과 전파력이 높은 델타바이러스 증가로 유행이 지속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7월말까지 새마을연수원과 경기대 기숙사, 인천 SK연수원 등 생활치료센터 5354병상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수본 측은 공문을 통해 "지자제와 정부 차원에서 생활치료센터 지정 및 운영을 위해 의료지원 협력 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기타(필요 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등을 파견해야 한다.
중수본은 협력병원 지원을 위해 생활치료센터 환자관리료 등 보험수가 적용과 함께 파견 의사 일 18만원,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일 10만원, 행정인력 일 7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필요한 보호구와 검사물품 등 소모품 구입 직접비용과 의료기관 진료비 손실 등 기회비용을 보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병원들 반응은 차갑다.
수도권 중소병원 병원장은 "간호사들 사직으로 병동 폐쇄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수가와 수당을 지급한다고 해도 의료진 여력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른 종합병원 이사장은 "백신 위탁의료기관과 선별진료소, 간호간병병동 등 병원 자체 상황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며 "병원 내 의료진 채용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파견은 쥐어짜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은 방역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의료진 파견을 준비 중이다.
경기권 대학병원 병원장은 "코로나 방역대책을 경험하면서 지금은 협조 요청이지만 행정명령으로 강화될 것이 뻔하다"면서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중 정부로부터 자유로운 병원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증환자 치료를 위해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파견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나 상황이 닥치면 민간병원에게 병상과 의료 인력을 내놓으라는 식의 방역대책을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서울권 대학병원 병원장은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파견을 위해 진료과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임상교수와 간호사로 구성할 것이다. 전공의들은 제외시켰다"며 "지쳐있는 의료진에게 미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