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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짧고 굵게는 불가능…접종 간격 늘려야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09-06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지난 칼럼에서 예전 코로나 상황에서는 틀렸는데 지금 델타변이 상황에서는 맞는 것으로서 신속항원검사가 델타변이 검출에는 유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또 하나, 예전에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는 것으로서 백신접종 간격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임상시험은 3~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디자인으로 수행됐다. 왜 접종간격을 3~4주로 했을까? 1차 접종만으로 충분한 면역반응이 유도되지 않는 상황에서 2차 접종을 위한 3~4주의 간격은 아마도 개발자에게는 최소한의 간격, 즉 효과를 높이면서도 개발 기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는 간격이었을 것이다.

만약 접종간격을 8~16주로 했다면 코로나 백신은 지금도 안나왔을 가능성이 높고, 결과 해석도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접종간격이 한두달 늘어나는 것은 임상시험이 단순히 한두달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년 이상 늘어날 수 있는 것이며, 코로나 백신의 임상시험과 같이 환자가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유효성 지표에 들어가 있는 경우 관찰기간이 길어질수록 교란인자의 영향이 커져서 해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즉, 코로나 백신은 면역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접종간격으로 수행된 것이다. 그럼 접종간격을 좀 늘리면 어떻게 될까?

우연찮게(아스트라제네카에는 악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는 데이터)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중에 발생한 투여량 오류로 1차 접종에 1/2 용량이 투여되고, 2차 접종까지 12주 이상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1/2 투여용량군이 더 효과가 좋았고, 4주→8주→12주로 접종간격이 길수록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임상시험을 디자인할 때 의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과됐고 최종 데이터는 본래 디자인했던 full dose, 4주 간격으로 발표됐다. 그 효과는 약 70%로, 화이자(3주 간격), 모더나(4주 간격)의 90% 이상에 뒤쳐졌다.

위 세가지 백신이 유사한 시기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각국은 백신을 활용한 다양한 방역정책을 구사했다. 이스라엘, 미국은 대표적으로 신속하게 백신접종을 완료해 짧고 굵게 끝내자는 정책이었다. 물론 미국은 맘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고, 접종간격이 짧은 화이자 백신(미국은 모더나 포함)이 주로 이용됐다.

그런데 이 두 나라의 작금의 상황이 어떠한가? 2차 접종 후 시간이 지나 백신효과가 떨어지면서 돌파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코로나 위중증의 2/3는 백신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사람들이다. 짧고 굵게 끝내자는 전략이 델타 변이 앞에 무너진 것이다. 이 두 나라는 가장 먼저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국가가 됐다. 부스터샷은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아 안전성/유효성 자료도 없는데 실시간 임상2/3상을 하는 셈이다.

백신 개발이 워낙 초스피드로 됐기 때문에 필자는 real world data 를 유심히 보게 됐다. 세가지 백신 모두 안전성 면에서 중대한 위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필자의 이전 칼럼(2021.4.23. 백신부작용 인과관계 저평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유효성 측면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화이자, 모더나는 real world data 가 임상시험 결과보다 조금 안좋게(큰 차이는 없음) 나왔는데 이게 real world data 에서 흔하게 보는 현상이다. 즉, real world data 가 일반적으로 잘 관리된 임상시험보다는 효과가 낮게 나온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는 real world data 가 더 좋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최근에는 백신접종 완료 후 수개월이 지나면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가 화이자/모더나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활용한 국가는 영국과 EU이다. 이들은 백신접종 간격을 대부분 8주를 적용했다. 캐나다의 경우 세가지 백신을 모두 활용했는데 특이하게 세가지 백신 모두 접종간격을 16주까지 허용했다. 캐나다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해보니 화이자 백신을 12주 간격으로 맞았더라. 델타변이로 코로나 방역이 말짱 도루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EU, 캐나다 등이 비교적 차분한 상황, 즉 비교적 백신의 효과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접종 간격을 늘린 것,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타백신 대비 강한 세포면역 유도(세포면역은 백신의 장기 유효성에 중요함)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백신접종을 늦게 했고 진행도 느리다. 정부가 좋아라 하는 OECD 지표 중 백신접종률은 우리나라가 꼴찌를 다투는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꼴찌 자체가 부끄럽지는 않다. 누구나 큰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만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부끄러운 것은 백신접종이 늦어진 만큼 타 국가들의 상황, real world data, 추가된 과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검토해서 이순신 장군처럼 지혜로운 전략을 짜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다. 참고로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다.

짧고 굵게는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댜. 어떻게 하면 백신 효과를 좀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2차 접종 완료자가 30%가 되지 못한다. 접종간격을 좀 더 넓혀서 유효한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안전성/유효성 근거가 불투명한 부스터샷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용량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1/2 용량군이 더 효과가 좋았던 점, 화이자/모더나 중화항체 생성량이 회복기 혈청 대비 지나치게 높은 점(면역반응은 balance 가 중요하지, 많을수록 좋은 것이 결코 아니며 부작용만 늘어남) 등을 고려하면 용량을 줄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접종간격 등을 유연하게 조절해 유효한 기간을 늘린다면 부스터샷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남는 백신은 돈이 없거나 또는 돈이 있어도 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 공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이 판데믹이 끝나지 않을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