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일정 변경 문의전화 빗발…직원 불만에 인센티브 지급도 백신 수급 예측도 쉽지 않아 "백신 손실 각오하고 접종해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속도를 내기 위해 2차 백신 접종자도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면서 예방접종을 위탁하고 있는 일선 개원가는 다시 한번 혼란을 겪고 있다.
백신 접종 일정 변경을 위한 접종자의 문의 전화에 시달리는가 하면, 접종자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백신 수급 예측이 불확실해져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시스템에 다시 한번 큰 변화가 찾아온 첫 날, 일선 개원가는 변화하는 상황을 관망하면서도 늘어난 행정업무에 혼란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2차 접종자도 17일부터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SNS를 활용해 잔여백신을 예약하거나 의료기관별로 예비명단을 활용해 2차 접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2차접종 대상자는 1차로 백신을 맞은 의료기관 외에 다른 곳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것.
2차접종 예약을 SNS뿐만 아니라 대기 명단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접종 일정 변경에 대한 전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자 위탁 의료기관들을 '백신 인센티브'로 직원을 위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Y이비인후과 원장은 "(17일) 오전부터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라며 "문의 대부분이 접종기관을 이쪽으로 옮기고 싶다거나 일정을 앞당겨 달라는 것인데 백신을 예약 상황에 따라 미리 받아오기 때문에 접종자가 옮겨오고 싶다고 해서 당장 받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백신이 여유가 있으면 접종자가 어느 의원으로 옮겨가든 말든 자유롭게 받아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이래저래 접종 때문에 바쁜데 문의 전화는 계속 오고 명확한 답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예비명단으로만 받아놓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 보니 직원들이 일일이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한숨도 깊어졌다.
서울 S이비인후과 원장은 "현재까지는 1차 예약자에 한해 2차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백신 수급 상황을 SNS에 실시간으로 반영하자고 직원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표정이 굳어졌다"라며 "잔여백신 업데이트도 결국 직원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S내과 원장도 "잔여백신 업데이트를 비롯해 접종 일정 변경 문의 전화 응대, 그 밖의 일반 환자 응대까지 직원들이 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수시로 늘고 있다"라며 "직원 불만도 덩달아 커지는 만큼 급여 이외에 백신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백신 수급 예측 어려워...뺐고 뺏기는 전쟁 시작됐다"
백신 수급량 예측을 쉽사리 할 수 없는 것도 우려점이다.
실제 S내과에는 기존 접종을 예약했던 환자 3명이 다른 의원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되면 S내과는 기존 일정을 또다시 조정해야 한다.
잔여백신 예약을 해도 환자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것도 맹점이다. 제시간에 오는 환자가 있는가 오면 예약 후 3~4시간 후에 오거나, 심지어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은 한 바이알을 6시간 이내에 소진해야 하는데 오전에 2명이 있어서 미리 오픈한 상황에서 잔여백신 예약 환자를 기다렸지만 6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 것.
S내과 원장은 "예약 일정에 맞춰 백신을 깠는데 환자가 오지 않으면 잔여백신으로 남게 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폐기가 된다"라며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하고 백신 접종에 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S이비인후과 원장 역시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비가 위탁 의료기관의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접종자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아무래도 눈치 보기가 치열해질 수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뺐고 뺏기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