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개발에도 의료기기허가 전무 한계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한 허가 활성화 방안 필요성 강조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인허가 및 보험수가 적용 논의가 불붙고 있는 가운데 학회와 산업계 역시 활로를 찾기 위한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혹은 치료제 자체로 충분한 효과와 유용성을 입증해야하지만 국내 보건의료제도 특성상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한 급여등재의 묘수를 강구하고 있는 것.
한국FDC규제과학회는 12일 온라인 추계학술대회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 디지털 치료제의 규제 및 비즈니스 전략'을 주제로 디지털 치료기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연세대학교 의료기기산업학과 장원석 교수가 발표한 ‘국내외 디지털치료기기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국가과제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정신 및 행동장애가 48개로 가장 많이 차지했으며, ▲순환계통 질환 7개 ▲호흡계통 질환 6개 ▲내분비, 영양 및 대사질환 6개 등으로 뒤를 이어 정신장애 혹은 만성질환과 접목돼 있다는 것이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발맞춰 지난 8월 기준 국내에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나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지만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디지털치료기기는 아직 없는 상태다.
여전히 웰니스 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의 중간단계에 위치한 것은 물론 위기개입 서비스, 개인정보보호 등 맞물려 있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규제기관 입장에서도 섣불리 진입을 허가하기 어렵다는 지적.
그럼에도 글로벌로 눈을 돌려보면 아이큐비아 자료 기준 'Digital Therapeutics'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25개의(미국 9개, 독일 13개 등)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의 문턱을 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상원 교수는 "산출 방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수십 개의 제품이 허가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부분은 의료기기 형태로 허가를 받고 있고 이 과정에서 근거나 비용효과에 대한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효성 입증 위한 임상비용…기업의 몫? 정부의 지원?
결국 현재 글로벌 트렌드 측면에서 디지털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논의'라는 굴레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이를 두고 장 교수는 허가와 급여 등재를 구분하는 방안이나 비급여를 통한 선제적인 진입 등의 방안을 전했다.
장 교수는 "해외는 허가단계에 필요한 임상과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 유효성은 별개로 판단하고 있다"며 "빠른 제품화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도 이런 부분에 대한 부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신의료기술제도 등을 통해 비급여 진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시장에 진입해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현실적인 대안까지 고려한 산업화 관점의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세션의 좌장을 맡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편웅범 교수는 산업발전과 경제적 이유만을 가지고 건강과 관련된 디지털치료기기의 진입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편 교수는 "패스트트랙을 주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특례를 주는 것이 된다면 충분한 설득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며 "결국 공공의 가치가 인정돼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의료사각지대에 대한 기여 등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부 디지털치료제 비용평가 언급…"기업 적극적 태도 필요"
한편, 한국FDC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범부처 디지털치료기기 통합포럼'에서 보건복지부는 디지털치료기기의 보험 등재와 관련해 비용평가에 대해 언급한 상황.
기기별 사용목적과 성능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개별 제품에 대한 평가와 등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해 안착하기 위해서는 급여의 존재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기조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편웅범 교수는 "최근 웨어러블, 3D프린팅, VR, 인공지능을 넘어 디지털 치료제까지 개발됐지만 경제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디지털치료제는 경제적, 사업적, 의료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잠정을 가진 귀중한 신기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편 교수는 "하지만 의료적, 경제적 성과를 내는 문제에서 보험 등재의 문제의 접근에 있어서 필요하다고만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구체적인 방법론 혹은 이런 부분을 나서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방안과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기원 대표는 정부의 비용효과성 실증사업이 가시화 돼 이번 주에 발표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비용 효과성 평가를 해서 일단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시판 허가단계에 있는 회사가 움직여야하는 시기이지만 아직은 큰 회사가 없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논의가 돼야하고 3년 안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