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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날 심정지 병원 도착 사망 "병상 배정 허점"

이창진
발행날짜: 2021-11-24 05:45:59

[위드 코로나, 의료체계 이대로 괜찮나_속편] ①구멍 뚫린 병상 배정 시스템
서울 A상급병원 의료진 "정부, 병상 여력 있다더니"…보건소도 '당혹'

[위드 코로나, 의료체계 이대로 괜찮나_속편]

위드 코로나로 전환 이후 코로나19 중증환자 급증세로 의료체계가 최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방역당국이 행정명령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①구멍 뚫린 병상 배정 시스템
자택에 있던 60대 남성인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진 판정 당일 심정지 상태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이 확진자로 자택에 격리 중인 상황에서 건강하던 남성이 확진 판정 당일 증상을 호소하며 보건소에 연락을 취했지만 병상 배정이 되지 않아 사망했다는 점에서 서울권 코로나 병상 배정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지난 22일 오후 11시경 서울지역 서부권 A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한 60대 남성 코로나 확진자가 심폐소생술 20분 만에 사망 진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확진 당일 심정지 상태로 도착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의료진과 해당 보건소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사망한 60대 남성은 확진자인 가족(아내, 아들)과 집에 머물면서 호흡기 이상증세를 보여 21일 구로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다.

해당 남성은 2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 머물던 중 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여 해당 보건소에 도움을 청했다.

해당 보건소는 서울시 측에 코로나 환자 병상을 요청했지만 병상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진 방호복 대기…확진자 심정지 상태 도착 CPR 후 사망진단

병원이 첫 연락을 받은 것은 22일 오후 10시 30분.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19 구급대로부터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 중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으며,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대기 상태였다.

오후 11시경 확진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응급의학과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은 20분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으나 심정지 상태가 지속돼 결국 11시 20분경 사망 선언을 했다.

의료진은 선행원인 코로나19, 사망원인 중증 폐렴 등으로 사망 진단과 함께 통합서비스인 감염병관리신고서에 코로나 환자 사망 기록을 입력했다.

23일 새벽 2시경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해당 병원에 연락을 취하고 사망 원인이 기저질환이 아닌 코로나가 맞느냐고 재차 확인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사망 진단서를 작성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코로나 확진자가 온다는 119 구급대 연락을 받고 방호복을 입고 준비하고 있었다. 확진자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구급대는 집에서부터 심정지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공의는 "많은 코로나 환자를 봐 왔지만 심정지 상태로 도착한 환자는 처음"이라면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딸에 의하면,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복용했지만 평소 건강했다고 전했다"며 "가족이 확진자인 상황에서 함께 집에 머문 부분과 확진 판정 후 보건소를 통해 증상을 호소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중수본은 23일 새벽 2시 유선 연락을 통해 사망 원인 코로나가 맞느냐고 반복해 물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 후 호흡곤란과 객혈 증상을 보였고, 심정지 상태 X-레이 검사에서 폐 부분 전체가 하얗게 나왔다. 교수 지시에 따라 사망 선행원인 코로나19, 사망원인 중증 폐렴 등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며 코로나 확진에 따른 사망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도착부터 사망까지 시간대별 상황.
해당 보건소는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22일 확진 판정 후 이상증상을 호소해 서울시에 병상 배정을 요청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0시 30분 119 구급대 신고와 11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 도착 후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확진자 사망이 처음은 아니지만 확진 당일 사망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진자인 가족의 재택치료 대상자 여부와 관련 질문에 "개인 정보라고 말해 주기 어렵다"고 전하고 "동일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해당 보건소 "서울시에 병상 요청"…의료진 "타 병원도 동일 사건 발생 우려"

의료진은 코로나 중증 병상 확보와 함께 환자 배정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사건이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해당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23일 오후 6시 현재 코로나 확진자 4명(중증 1명, 위중증 3명)이 타 병원 병상 배정을 못 받아 응급 음압 격리병상에 대기 중이다.

이들 중에는 21일 병원에 도착해 60시간이 경과한 확진자도 있다.

코로나 중증병상이 이미 차버린 병원 측은 보건소에 타 병원 병상 배정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병원 코로나 중환자 병상은 다 찾고 응급센터에 있는 1인용 5개 음압병상 중 현재 4개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보건소에 병상 배정을 요청하면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 현재로선 코로나 확진자가 오더라도 1명을 제외하곤 타 병원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중수본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 1만명 발생에 대비해 위중증, 중증환자 병실 확보에 문제없다. 아직 병실 여력이 남아있다고 연일 발표하는데 의료현장 상황은 다르다"며 "병상 배정을 못 받아 심정지 상태로 도착해 사망한 확진자와 응급 격리병상에서 60시간 넘게 대기 중인 중증환자가 있다. 우리 병원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방역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