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석 이사, 심평원 학술지 HIRA에 차기 보건의료정책 제안 소수 환자 미충족 의료 보완‧공급체계와 전달체계 연계 등
의료전달체계, 의료인 수급문제, 의료기관 중심의 치료에서 홈케어( home care)로의 전환, 의료와 장기요양보험의 연계, 커뮤니티케어…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해결되지 못한 보건의료 현안을 제시하며 차기 정부에서는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의 제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HIRA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초음파, MRI, 임플란트 등 다수의 국민에게 적용되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추진돼 왔다.
서 이사는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일부 예측한 재정보다 초과해 급여기준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희귀중증질환처럼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지만 소수의 환자에게 적용되는 의료영역은 여전히 공급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치료재료 등재 과정상 최신 기술이 반영된 신제품은 도입이 어려운 수준으로 수가가 낮게 설정돼 우리나라 환자는 오래된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또 척수성근위축증약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페바르보벡)는 1회 주사로 완치할 수 있는 약이라고 알려졌지만 25억원이라는 고가의 약이라서 쓸 수가 없다.
서 이사는 "소수 환자를 위해 부족한 미충족 의료가 있는지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완책을 항시 준비해야 한다"라며 "낮은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빈도 고액 의료비, 중증질환 보장률을 높인 것이라면 향후 소수 환자의 미충족 의료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서 이사는 의료공급체계와 연계한 전달체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
그는 "종별 공급체계에 맞는 차등화된 상대가치점수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이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경쟁하는 체계는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의료기관 종별에 맞는 행위에 충분한 가산을 해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분류된 행위로도 의료기관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병비 역시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됐지만 2022년까지 10만병상 목표를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일반병동의 간호등급 차등제와 따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간호관리차등제는 간호인력만 등급에 반영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더라도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기전이 없다. 간병비는 직접 현급을 주는 형태로 본인부담상한제에서 환급 받거나 세액소득공제도 받을 수 없는 지출이다.
서 이사는 "기존의 간호관리차등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합해 새로운 간호 및 간병서비스 급여모형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간호관리 차등제에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필요도, 일상생활 수행능력 필요도에 따라 국가 자격을 가진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를 투입하고 적정 수가를 보상해주는 모형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에서 노인 만성의료와 장기요양보험 영역의 재정비와 커뮤니티케어 관련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고 서 이사는 제안했다.
그는 "요양시설과 의료기관이 인접해 의료인이 정기적으로 입소자 상태를 확인하게 한다면 보호자의 심적 부담과 요양시설의 의학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중소병원들의 지역 특성에 맞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성기병원에서 퇴원하는 노인환자는 2~3주만 누워있어도 근감소증으로 보행장애가 생기고 회복 재활이 필요하다"라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커뮤니티 하스피탈(community hospital) 역할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인석 이사는 시스템 개편도 개편이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의료분쟁에 대한 배상보험제도 운영 등을 내놨다.
또 예방, 건강증진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투입에 대한 담론을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예방 건강증진 영역에 장기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건강증진 영역 설정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