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생물학적 제제 신약이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이에 대응하는 바이오시밀러 또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의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상황. 또한 타 제약바이오사들도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제품을 목표로 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의 교체 처방 허가를 내리면서 바이오시밀러의 입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이로 인해 기업들도 이를 표적으로 한 진출 전략을 구상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는 연 평균 78% 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 약 180억달러(한화 약 21조58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 간의 가파른 곡선은 아니지만 오는 2030년까지도 연 평균 15%의 성장률을 보이며 향후 10년 내 약 750억달러(한화 90조원)의 시장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아이큐비아의 예측이다.
이러한 성장에 큰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종양학 분야의 바이오시밀러 확대. 상대적으로 인슐린의 바이오시밀러 성장세는 더딘 반면 베바시주맙, 리툭시맙, 트라스투즈맙 등의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5종이 한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1조원이 넘는 매출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휴미라, 레이케이드 등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허셉틴과 아바스틴 등 종양분야 바이오시밀러도 개발해 출시한 상태다.
바이오시밀러가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국가별로 처방 선호도, 정책의 강도, 가격차이, 보험 등이 작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더 낮은 가격으로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늘고 있는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면, 스페인이나 폴란드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보다 각각 25%, 40% 이상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한다는 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30년까지 BMS, 암젠, 화이자 등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이 특허만료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미국의 의료분야 투자전문 금융기관인 SVB Leerink는 보고서를 통해 MS, 암젠, 화이자 3개 기업의 경우, 2025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제네릭 또는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에 노출돼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BMS, 암젠, 화이자는 2030년까지 각 기업의 2025년 예상 총 매출액의 47%, 29%, 28%가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에 잠식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이큐비아는 "바이오시밀러는 향후 10년 동안 아시아, 중남미, 동남아 시장 등에서 더 많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봤을 때는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초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간 교체 처방(Interchangeable)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장의 가능성을 보인 상태다.
최초로 교체 처방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사노피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인 당뇨병 치료제 셈글리로 이후 10월에는 애브비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실테조가 두 번째 교체처방 허가를 받았다.
미국 정부가 큰 틀에서 약가 인하에 대한 고민의 일환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라는 카드를 꺼낸 만큼 상대적으로 시장 확대 속도가 더뎠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시장 진출 당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예측과 달리 시너지를 내며 시장이 더 확대된 측면이 있었다"며 "교체 처방 바이오시밀러 지정으로 인한 미국 시장 확대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따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변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허가된 교체 처방은 기존의 오리지널과 효과적인 부분에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인 만큼 기존에 허가받은 임상과 별개로 교체 처방을 위한 임상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교체 처방 허가를 받은 셈글리와 실테조를 살펴보면 셈글리는 2019년 미국 FDA에서 제안한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가이던스에 맞게 연구를 수행해 추가 승인을 받았다.
교체 처방 허가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반대급부로 FDA의 교체 처방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바이오시밀러 안에서도 등급이 나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는 모습.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추가 임상이 적은 비용은 아닌 만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며 "투입되는 비용과 교체 처방간에 이득을 따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교체 처방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 탑다운 방식으로 다른 바이오시밀러의 접근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교체 처방과 별개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