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이후 이뤄지고 있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에서 의료지속성 유지 및 관리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 결과 처방지속성과 고혈압 환자의 이용 결과에서 효과가 있었다. 병의원을 가는 방법이 전화 한 통이면 되는 쪽으로 수월해졌지만 외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다.
심평원은 최근 비대면 진료 시행의 효과를 분석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전화상담 처방) 시행에 따른 효과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책임은 조민호 주임연구원이 맡았다.
비대면 진료는 2020년 2월 24일부터 시행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2월까지 현황을 분석했다.
전화상담 및 처방을 한 의료기관은 1만216곳(한의과, 치과 포함)으로 전체의 14.5% 수준이다. 참여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로 약 22.3%의 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를 했다. 전체의 68.6%가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했다.
전체 진료비는 264억4592만원으로 66.3%는 의원 몫이었다. 비대면 진료에서 가장 많이 본 질환은 고혈압, 2형 당뇨병, 고지혈증(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 순이었다.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의 약 63.4%가 약 처방을 받았고, 혈압약 처방이 35.6%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정책 시행 전후 의료기관 이용률, 처방지속성, 이용 결과 등을 분석했다. 필수 의료이용 감소 방지와 질환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는지 분석한 것.
그 결과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모두 전화처방 이후 외래 방문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 대신 정책 도입 후 전화처방을 이용한 고혈압 환자들의 약 처방 일수가 약 10.9일 더 증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처방일수율 증가 폭은 더 컸다. 당뇨병 환자에 대한 약 처방일수도 약 12.6일 더 늘었다.
처방지속성도 증가했다. 전화처방을 이용한 고혈압 환자에 대한 처방지속 비율이 정책 시행 전보다 3.1%p 높아졌다. 당뇨병 환자의 처방지속 비율도 1.7%p 늘었다.
전화처방을 받은 고혈압 환자는 입원 및 응급진료 경험 비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반면, 당뇨병 환자에서는 입원 및 응급의료서비스 경험에 대한 뚜렷한 정책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당뇨병 관련 합병증은 당뇨병 발병 이후 이환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질병이 다수 있다"라며 "제도 시행 2년의 기간 동안 변화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다빈도 비대면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그중에서도 고령 환자에 대해서는 전화 상담 및 처방이 의미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전화상담 처방 정책의 여러 우려사항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라며 "마약성 의약품의 처방, 환자 안전성, 제공자의 책임소재 문제 등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이용자와 공급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지속 가능한 정책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