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독주하던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잇따라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각축전이 예고된다.
지난 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JAK 억제제 계열 신약이 적응증을 획득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 여기에 올해 인터루킨을 표적으로 한 신약이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듀피젠트 역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추가 임상연구와 누적된 리얼월드데이터(RWD)를 앞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상황.
현재로선 듀피젠트만이 유일하게 급여권에 진입한 가운데 JAK 억제제 3종도 아토피 치료제 급여 진입을 노리고 있어 급여 진입 여부가 경쟁의 본격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린버크‧시빈코 아토피 시장 노크…레오파마 신약 진입 가시화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듀피젠트의 직접적인 경쟁 치료제는 JAK 억제제로 볼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시작으로 자가면역질환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JAK 억제제는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지난해 5월 아토피 적응증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지난 10월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가 적응증을 확대한 뒤 11월에는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가 아토피피부염 신약으로 시판허가를 획득하며 지난해 JAK 억제제로만 3종류의 아토피 치료제가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이 중 JAK1을 타깃하는 린버크는 듀피젠트와의 비교임상 결과를 내세우면서 치료효과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다. 린버크는 3가지 주축 임상에서 16주차에 EASI75 달성율이 60~70%에 달했으며, 위약군은 13~26%에 그쳤다.
또한 Heads Up 연구에서 린버크는 EASI75 달성율 71%를 재확인하며 듀피젠트의 61%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가려움증에 있어서도 린버크는 1주차부터 31% 감소해 16주까지 유지된 반면 듀피젠트는 9% 감소로 나타나 주요 2차 평가변수에서도 유의한 더 높은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어필하고 있다.
시빈코 역시 JADE COMPARE 연구에서 듀피젠트와의 1:1 비교를 진행했는데 12주차에 시빈코는 IGA 점수가 0점 또는 1점을 기록한 환자 비율과 EASI75 달성율에서 듀피젠트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연구자 평가지표 점수에서도 시빈코 48.4%, 듀피젠트 36.5%로 차이를 보였으며 병변 크기 75% 감소 달성율도 각각 70.3%, 58.1%로 효과적인 경향을 보였다. 다만, 우월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진 못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는 "듀피젠트가 지금까지 나온 약재 중 안전하고 효과가 좋았음에도 생각보다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은 환자도 분명히 존재했다"며 "이런 경우에 JAK억제제가 더 부가적으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전적인 이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올루미언트는 BREEZE-AD 임상에서 16주차에 연구자 전반적 평가지표(IGA) 점수를 2점 이하(0~5점/0점=병변 없는 상태)로 낮춘 비율이 29.8%로, 위약군 9.8% 대비 효과를 입증하면서 AK 억제제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과 국내 허가를 획득한 치료제.
하지만 올루미언트가 간접비교에서 듀피젠트 대피 효과가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경쟁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상정된 올루미언트의 급여 가격이 듀피젠트와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비용면에서 강점을 발휘한다면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는 "JAK억제제가 면역조절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며 "하지만 급여기준이 듀피젠트와 같아진다면 의미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향후 급여의 기준에 따라 치료제 선택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듀피젠트의 또 다른 잠재적 경쟁제품은 레오파마의 애드트랄자(성분명 트랄로키누맙)가 존재한다.
앞서 애드트랄자는 EU, 영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허가를 받고 지난 해 말 FDA를 통해 5번째 허가를 취득한 상태다.
IL-4와 IL-13을 동시에 차단하는 듀피젠트와 달리 IL-1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이르면 상반기 중에는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강자 듀피젠트 적응증 확대 데이터누적 시장지위 다지기
아토피 치료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듀피젠트의 위치는 공고하다. 우선 환자의 치료제 선택에 가장 큰 요소로 꼽히는 급여 부분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전에 치료를 포기했던 아토피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계기로 작용해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
실제로 산정특례 적용으로 듀피젠트는 2021년 상반기에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 청구 현황기준 약 150억원의 청구액을 기록하며 상위 100대 치료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첫 급여권 진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이러한 수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A 임원은 "약물 치료를 위해 비용 부담이 컸던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산정 특례 적용은 매우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며 "그간 치료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청구액에도 이런 부분이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도 "중증 아토피의 경우 생물학적제제가 나오기 전에는 언제까지 면역 억제제를 써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중증 아토피의 유병률이 높아진 영향도 있겠지만 듀피젠트의 출시가 수면 아래 환자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듀피젠트 52주 장기 투여 연구 결과의 안정성과 효과를 보이며 임상현장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다.
연구 결과 EASI 개선율은 88%, EASI 75 개선율은 약 90%로 조사됐다. 또한 가려움증 척도(NRS)도 약 66% 개선됐다. 아울러 환자중심습진평가(POEM) 점수는 67%, 피부 관련 삶의 질은 69%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지영 교수는 "국내 성인 중증도-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듀피젠트를 52주간 장기 투여시 중증도를 평가하는 모든 항목에서 유의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임상 3상보다 효과가 좋았던 항목도 존재했지만 듀피젠트가 100% 완치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에 생활 개선 등의 병용이 작용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만 6세 이상 소아부터 성인까지 넓은 연령대에 적응증을 받았다는 점도 듀피젠트가 가진 장점 중 하나. 이미 사노피는 지난 3월 듀피젠트의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급여 확대를 위해 심평원에 보험 급여 평가를 신청한 상태다.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이하 중증 아토피) 환자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급여 적용의 향방에 따라 듀피젠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상은 교수는 "이형 면역반응이 소아시기에 억제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고 듀피젠트가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국내에서는 현재 6~11세 대상으로 치료제가 듀피젠트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아 영역에서의 강점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JAK 억제제 우려 여파 FDA 허가 차이 처방 변수될까?
한편, JAK억제제 중 린버크와 시빈코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더 늦게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국가에서 적응증이 달라 일부 혼란이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제기된 JAK 억제 기전 약제들의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이유.
앞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1세대 JAK 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가 악성 종양 및 혈전증 발생 위험을 보고하면서 FDA가 동일 기전의 차세대 약제들에게도 선제적 조치로 경고 문구 삽입 및 새로운 처방 가이드라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지영 교수는 "기본적으로 젤잔즈와 환자군이 다르고 아토피 환자의 나이대가 젊고 심혈관계 질환 문제가 적다는 점도 치명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JAK억제제의 부작용이 나오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임상현장 전문가들은 아토피 질환에 치료 옵션(선택지)이 늘어났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전했다.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가 건선과 많이 비교되지만 아토피는 다양한 작용이 있어 듀피젠트로 막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JAK억제제가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며 "치료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약제가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은 교수도 "옵션이 늘어난 만큼 치료제가 들어왔을 때 환자에게 어떤 옵션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컨센선스(합의)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여러 무기를 가진 만큼 어떻게 잘 써야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