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본사업 시행 후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느끼는 제도의 불안정성은 해소됐습니다. 사업의 미비점은 존재하나 없어지는 제도가 아니라는 부분이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됐습니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정은주 회장(45,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은 올해 보건복지부 본사업 전환 2년차를 맞은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성과를 이 같이 밝혔다.
외과 분야 전문과 입원전담전문의 수장인 정은주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정 회장은 이화의대를 졸업(2001년)한 대장항문외과 세부 전문의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를 거쳐 원자력병원과 건국대병원 외과 임상 부교수로 10년간 재직한 전형적인 칼잡이.
그가 전임교수를 앞두고 세브란스병원 입원전담전문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 입원환자만 치료 관리해야 한다는 복지부 규정에 따라 외래는 물론 일반환자와 응급환자 수술을 할 수 없다.
정은주 회장의 소신과 자신감은 분명했다.
정 회장은 "임상 부교수 생활을 접고 입원전담전문의를 선택한 이유는 의료계 블루오션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수술을 제외하고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영역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도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복지부에 등록된 전체 입원전담전문의 270명 중 외과계 전문의는 80여명이다.
■입원전담의 전국 270명, 외과계 80여명 "채용할수록 적자 모형"
흥미로운 사실은 입원전담전문의 인원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1월 본사업 전환 후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정은주 회장은 "내과와 외과 상황은 동일하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 대체인력 등 전문 분야 인식 부족과 함께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수가 모형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현 입원전담전문의 수가는 진료과, 환자 중증도와 무관하게 동일 적용된다.
1형인 주 5일 진료와 2형인 주 7일 진료, 3형인 24시간 진료 등 3개 모형으로 나눠져 있다.
현 수가에 입각하면, 입원전담전문의 1명이 1일 30~40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해야 연간 1억 5000만원 정도의 인건비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중증환자가 포진된 대학병원 특성 상 입원전담전문의 1명이 1일 20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인건비의 60~70%에 불구한 수익 지표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수록 마이너스 경영이 되는 구조이다.
정은주 회장은 "복지부 당초 취지는 1형에서 2형, 2형에서 3형 전환을 유도하기 수가 모형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 현실은 주 5일인 1형이 주 7일인 2형보다 수익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진료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중증환자보다 경증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전문의를 통해 입원환자 의료 질을 개선하겠다는 제도 취지와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신분적 불안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병원 계약직 진료교수로 임상강사(전임의) 또는 전공의 5년차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시범사업 초기 수도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입원의학과 개설 등 입원전담전문의 대상 진료과 및 교수 트랙 신설 움직임이 붐을 이뤘지만 독립된 교수 트랙으로 정착된 곳은 아직 없다.
정 회장은 "일부 대학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임시직이 아닌 장기 근속을 위한 교수 트랙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임 교수라는 표현보다 새로운 교수 트랙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병원 별도 교수 트랙 추진 "환자안전 입원전담의 중요성 확대"
한 가지 의문점은 병동으로 제한된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영역이다. 퇴원 후 관리체계 등으로 영역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정은주 회장은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 후 재입원율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병상 가동률과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정 병동에서 다른 병동으로 넓히고 병동과 응급실 외과 환자의 협진 등 좀 더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팀워크 체제로 전문분야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환자와 각 임상과, 병원에서 필요한 전문가 그리고 개인의 전문성과 만족도를 살리는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270여명인 입원전담전문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오늘도 병동 환자 치료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정은주 회장은 "그동안 관행과 관례로 무시된 부분인 환자안전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전문성을 유지 발전시키며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향후 5년 내 입원전담전문의를 위한 의료분야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