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등을 분석하며 근거를 만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의료계 화두인 '비대면진료' 모델 개발에 나선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올해 주요 연구 계획을 공개하며 근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의료체계 위기 상황을 과학적 근거로 극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보건의료 근거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라며 "예측 가능 또는 불가능 위기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운을 뗐다.
이에 따라 NECA는 올 한해 감염병 상황, 중증‧희귀난치질환, 고령사회, 보건의료 시스템 변화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대면 진료' 관련 연구.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대상 군 확인 및 대상별 구현 가능 비대면 의료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한 원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계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필요성은 대부분 인지한다"라며 "연구를 통해 시행착오에 대한 부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사람들의 두려움이나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익단체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라고 전문가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구비가 삭감된 부분은 아쉽다"라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NECA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노인의 질병 치료(노인 암 환자의 치료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 노인 건강생활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등을 추진한다.
한 원장은 "고령화는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NECA만의 대응책을 고민해 봤다"라며 "노인을 위한 진료 지침이 확실히 세워진 게 없기 때문에 NECA의 중점 사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병은 조기진단이나 예방이 중요한데 노인에게 건강 지침서를 잘 마련한다면 건강한 노년기를 보다 길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ECA는 과학적 근거를 쌓는 정부 산하 기관인 만큼 의료와 한방의료 사이에 놓여있는 '신경근육자극술(이하 IMS, Instramuscular Stimulation)'에 대해 한 원장은 쓴소리를 했다.
최근 대법원은 개원의의 IMS 침술 행위를 놓고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침술과 IMS 시술이 유사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 그러자 의료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에는 신의료기술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NECA의 입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원장은 "임상적 근거는 문헌고찰이나 임상 연구를 통해 결과를 확보해야 하는데 (IMS는) 안되고 있다"라며 "내용은 알지만 근거가 없으면 신의료기술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에 못 미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물론 신의료기술 쪽에서 제한적 의료기술로 인정을 한다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는 만들 수 있지만 이미 일선 개원가에서 IMS 시술을 하고 있는 부분은 곤란하다"라고 덧붙였다.
임기 마무리 단계인 3년차인 한광협 원장은 협력과 소통을 보다 더 활발히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한 원장은 "의학이든, 치의학이든, 간호학, 한의학이든 똑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라며 "각 이익집단과 오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협력과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평가 기준에 새롭게 오는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술 발전이 워낙 급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 간격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