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전담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 전화상담·처방 가능 의료기관,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코로나19 관련 진단 및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지칭하는 명칭들입니다. 위 명칭을 가진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명칭만 보면 비슷비슷해서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심평원도 현재 코로나19 중수본에서 전달하는 명단을 받아 단순히 게시만 하고 있다 보니 명칭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재택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명칭에 대한 현장에서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구분이 안가 신청 자체를 못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 지역의사회 임원은 "신청할 때 헷갈리는데 사실 모르는 의료기관이 더 많다"라며 "모르면 궁금하지도 않다. 어설프게라도 알아야 궁금하다. 환자도, 의사도 정부가 의료기관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현재 동네의원이 신청할 수 있는 코로나 관련 항목들을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있는데요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갖추고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환자를 진료하는 곳을 말합니다.
호흡기 증상 환자와 일반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동선과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 등의 시설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신청을 하면 시설 구축을 위한 1억원의 비용도 따로 나옵니다. 지원금도 따로 나오지만 의료기관 시설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에 신청 기관이 많지는 않습니다. 10일 기준 전국적으로 599개 의료기관이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네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지난달 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신속항원검사(RAT)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말합니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2792개의 동네의원이 신청을 했습니다. 이 중 RAT 이외 PCR 검사까지 가능하다면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데요, 그 숫자는 489곳이네요. 앞서 언급했던 호흡기전담클리닉도 RAT 및 PCR 검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따로 신청을 해야 검사가 가능합니다.
이제 재택치료에 나설 의료기관을 지칭하는 용어들인데요, 정부는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고위험군이 아닌 경증, 무증상 환자는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기로 하고 지난 9일부터 일반관리군 전화 상담·처방 가능 의료기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코드도 없고, 구체적인 관리 지침도 없는데 명단부터 공개하고 있죠.
이들 기관에 대한 명칭은 단순히 '일반 의료기관 전화 상담 처방 의료기관'으로 일선 보건소에 신청을 하면 됩니다. 15일부터는 심평원 전산 시스템으로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고도 하네요.
전화 상담과 처방을 24시간 운영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도 있습니다. 10일 기준 208곳이 있는데 지역 보건소나 의료원, 병원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의원급도 24시간 일반관리군을 담당할 수 있다면 지자체를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60세 이상 등의 고위험군, 즉 '집중관리군'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은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이라고 부르고 있네요. 팍스로비드 처방을 비롯해 일반관리군보다 중증도가 있기 때문에 동네의원의 신청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네의원이 전화상담 처방 후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택치료 단기외래진료센터'를 안내하면 됩니다. 말 그대로 일반진료군의 검사, 처치 또는 수술, 단기입원 등을 맡는데요, 11일 현재 70개의 병원이 신청, 운영 중입니다.
RAT 검사나 재택치료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동네의원은 각각 명칭의 기능을 확인해 모두 따로따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의료계 "대선 의식 관리체계 전면 전환 부담의 결과" 비판
상황이 이렇자 일선 개원가에서는 코로나19 관리 체계를 일반 감기 환자 진료하는 것처럼 전환하는 과도기 과정에서 의료기관과 환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체계를 전환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한 뒤에 해야 하는데, 일단 실행부터 해 현장에 혼란을 빚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의사회 산하 의사회 한 회장은 "차라리 시원하게 코로나19 환자 관리에 대한 정의를 바꾸면 되는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라며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과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산하 기관에서조차도 지자체, 중수본 소통이 되지 않고 있으며 같은 중앙사고수습본부 안에서도 답이 다른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호남 지역의사회 임원은 "며칠간 진행된 과정을 보면 (정부가) 일부러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며 "재택치료, RAT 검사도 다 없애고 필요할 때 의료기관을 찾는 식으로 바꾸려는 방향이 확실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번 그렇게 바꾼다고 하면 대선도 있고 리스크가 있으니 조금씩 조금씩 혼란스럽게 발표하면서 방향을 (정부가 원하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