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을 맺은 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는 실손보험사에 대해 법조계도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투망식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는 '남 탓하기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는 26일 법학관에서 '실손보험사 의료정보 접근 권한 정당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메디칼타임즈가 주관한 토론회 주제발표에 나선 이온교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에 환자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허나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의료행위와 급여-비급여 행위의 법적 개념 구분을 통해 임의비급여를 했다며 채권자대위 소송을 하고 있는 실손보험사의 행태의 문제점을 짚었다.
실손보험사는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하는 식의 무작위 소송전은 로펌과 수임료 계약도 기존 법조 시장에서 형성된 계약 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었다.
혐의에 대한 뚜렷한 증명 없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형사 고소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일단 제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이은빈 변호사(하모니법률사무소)는 "소장 제출, 각 서면당 얼마라는 식의 박리다매식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 중 일부라도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되면 민사상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가입자 및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만을 문제 삼는 남 탓하기의 전형"이라며 "입법적 해결 및 환자 정보의 민감성을 고려해 보다 정밀한 제도적 보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실손보험사의 공문을 받은 의료기관의 대처법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위임장과 동의사가 공문에 첨부돼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며 "필요하다면 민형사상 조치도 적극 검토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손보험사의 의료정보 탐지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역시 경험을 바탕으로 실손보험사의 행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서 이사는 "보험사의 요청 자료를 경험해 보면 훨씬 포괄적인 자료를 요청한다"라며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다기 보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사유를 찾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종 보험 청구를 대신해 주는 보험사 직원은 위임장을 갖고 의료기관에 환자 자료를 요청하는데 그때 당시 환자에게 받는 동의서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범위에 대한 환자 동의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 이사는 5가지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보험금 청구 서류를 처방전이나 영수증 세부내역서 수준으로 제한 ▲보험 판매 시 같이 판매된 수수료를 종합해 가입자에게 고지 ▲보험사 손해율은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료로 직관적 변경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환자 및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무분별한 소송 규제 등이다.
서 이사는 "국민 개인이나 중소의료기관이 대기업의 법률팀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보험사의 소송 남발은 가입자와 의료기관을 위축하게 만들고 이는 수익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불공정한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 의료행위를 했다며 채권자대위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도 위법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경 교수는 "임의비급여는 건강보험법상 급여 대상이 되지 않을 뿐이지 임의비급여 행위라고 해서 당연히 의학적 정당성이 부정되거나, 의료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거나, 의료기관의 환자를 속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의비급여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임의비급여는 오히려 그 비용과 행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경우가 많다"라며 "그럼에도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나 법정급여 대상이 아닐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의 시선을 접한 보건복지부는 보다 큰 틀에서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유정민 의료보장관리과장은 "합법적 차원에서 제도가 이뤄져야 함과 동시에 법 테두리 안에서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전체적인 제도의 틀을 깨면서 이윤만 추구하는 것은 건전한 것이 아니다. 보험사의 소 제기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보험업계는 소 제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적절한 경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라며 "보험약관으로 모든 내용이 규정돼 있는 게 피보험자 입장에서도 힘든 부분인 만큼 보험약관이 아니라 큰 틀인 법령에서 규정하면서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보험계약 당시에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금융당국과도 논의를 이뤄가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