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법 시행 후 대형병원 의료인력 활용을 위한 진료지원인력(PA) 시범사업의 검증 실효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이 PA 업무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별도 수가 없는 검증 사업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병원계는 보건복지부의 '진료지원인력 관리 운영체계 타당성 검증' 사업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해당 사업 참여기관 재공모를 통해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신청서 제출을 연장했다.
PA 검증 사업은 병원급(치과, 한방, 요양병원, 정신병원 제외)을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을 활용하며,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업무범위 검증을 원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참여 병원은 진료지원인력 운영위원회 설치를 통해 관리 운영지침 마련, 진료과별 제출한 직무기술서 승인 및 문서화, 진료지원인력 자격과 정원, 배치, 교육 수행업무 등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병원들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법 위반의 부담감이다.
이미 전공의협의회와 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PA 양성화 검증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시범사업 동안 이뤄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고발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복지부는 검증사업의 별도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
별도 수가 없이 대학병원 PA 인력을 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1년간 운영하며 타당성 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병원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제시한 인센티브는 전공의 정원이다.
■복지부 "전공의 정원 배정 고려"…수평위 승인 없는 '당근책'
복지부는 재공고문을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의사로서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관리 운영체계를 구축할 경우 전공의 정원 배정 시 고려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전공의 정원 책정 관련,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의 승인 과정 없이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인천 지역 상급종합병원 보직 교수는 "별도 수가도 없이 병원 참여를 기대하는 복지부가 한심하다. 기껏 내놓은 인센티브가 전공의 정원 배정이라는 것도 어처구니없다"며 "PA 문제를 전공의 정원 몇 명을 주고 해결하려는 의도가 괘씸하다.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 책정 원칙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기권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고발 조치 입장까지 나온 마당에 어느 병원이 쉽사리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일부 병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지역 대학병원도 사업 참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영남권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코로나 중증병상 운영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PA 사업 참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수가도 없이 불법성을 안고 검증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진료지원인력 업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전문의약품 처방과 진료기록 작성 및 수정, 검사 판독 의뢰 및 협진 의뢰 작성, 진단선 작성 등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복지부는 PA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간호정책과 공무원은 "참여를 원하는 병원에서 시간 연장을 요구해 재공고를 한 것으로 몇 개 병원이 신청서를 제출했는지는 답해줄 수 없다"면서 "당초 참여병원 수를 정하고 검증 사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3차 공고 없이 병원 수와 무관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공무원은 "이번 사업은 별도 예산 없이 시작한다. 병원들이 요구하는 별도 수가는 추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하고 "참여병원에 대한 전공의 정원 배정 세부방안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부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국공립병원 강권 참여 농후 "PA 타당성 검증 신뢰 의문"
수도권 공공병원 경영진은 "복지부에서 PA 검증사업 참여를 권고했으나 병원 내부 사정 상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다른 공공병원 참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복지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PA 업무범위 가이드라인과 의료단체 고발 조치 중 무엇이 우위인지 자명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경영진은 "복지부가 손도 안 대고 코 풀려는 모양새이다. 의료계 오랜 현안인 PA 업무범위를 검증하겠다면서 예산도, 수가도 없이 시작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참여 병원에 대한 법적 조치와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타당성 검증 자체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신청서를 제출한 참여병원 선정 절차를 거쳐 3월 중 개별 통보한 후 1년간의 검증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