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 신임 회장이 4월 8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확정된다.
단독 출마한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62)은 임원선출위원 36명의 투표를 거쳐 오는 5월부터 임기 2년의 병원협회 수장에 취임한다.
윤 의료원장은 '소통을 통한 단합된 병원협회'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젊은 의사 파업 후유증인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간 반목과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같은 듯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전국 병원들의 화합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여기에 수도권 병원과 지방 병원,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등이 느끼는 상이한 의료 현실도 민감한 현안 결정의 변수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이 임기 2년 동안 병원협회를 원만히 이끌 것이라는 병원장들의 낙관론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 의료원장이 병원협회 회장 취임 후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다.
병원협회 회장직도 권력이다. 언제든 여야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간담회를 할 수 있고, 여건이 된다면 청와대 수뇌부와 만남도 가능하다.
정치 노름에 빠지면 독선과 아집만 남는다.
기획과 보험 등 분과별 위원장과 상임이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면서 회장 한사람에게 집중된 의사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또 하나는 사무국 존중이다.
전국 병원을 대표하는 병원협회는 60명의 사무국 직원들에게 의해 움직인다.
복지부와 심평원, 건보공단 및 국회를 포함한 의료정책과 법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에서 병원협회 입장과 방향은 사무국 직원들이 작성한 자료로 결정된다.
정책 현안별 배경과 경과 과정 그리고 향후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베테랑 직원들이 자료 축적과 오랜 경험 덕분이다.
역대 많은 회장들이 취임 후 사무국 조직개편을 단골 메뉴로 내놨다.
부서별 통합과 분리 등 조직체계만 바뀌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만 증가할 뿐 업무 집중도는 되레 약화시켰다.
회장을 비롯한 상임이사들이 직원들을 존중하고 격려할 때 병원협회 역량과 가치는 더욱 빛날 수 있다.
끝으로 대정부와 대국회 역량 강화이다.
병원협회는 사무총장과 상근부회장을 통해 안살림과 대관업무를 담당해왔다.
통상적으로 상근부회장은 고시 출신 복지부 국장급이. 사무총장은 비고시 출신 복지부 과장급이 맡았다.
일각에서 협회에서 일하는 퇴임 공무원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병원협회 존재 이유는 병원들의 권익 보호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이 강조한 병원계 단합의 지름길은 명분과 실리이다.
실·국장 몇 명을 안다고 복지부를 모두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랜 기간 복지부에 근무한 공무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병원협회가 좋은 방안을 내놔도 정책 실행은 결국 복지부에 의해 결정된다.
복지부 출신 임원들이 국민 건강과 병원계 발전을 위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장의 리더십이 차기 정부 대응 전략을 위한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이 최근 전문언론 간담회에서 강조한 소통과 단합을 실현하기 위해선 병원계 전체를 아우르는 덕장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병원협회 회장 임기 2년 동안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
보건의료 정책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계 상생과 발전을 위한 병원협회 차기 회장의 배려와 존중의 성숙된 리더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