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이나 가족, 친인척에게 복지 일환으로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주는 게 환자 유인 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천대엽)는 최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병원장과 행정부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인정하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부산 A안과병원 원장과 행정부장은 2015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약 5년 동안 206회에 걸쳐 환자 본인부담금 402만6400만원을 할인해줬다.
할인을 받은 환자의 정체는 A안과병원 소속 의사, 직원 및 가족, 친인척, 진료협력병원 직원 및 가족 등이었다. 환자본인부담금 할인도 A안과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일정한 감면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인근 의료기관은 A안과병원의 환자 본인부담금 할인을 환자유인행위라고 보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 보건소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벌금 70만원에 기소유예 처분을 했지만 A안과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선택했다.
그 결과 1심 법원은 검찰과 같은 판단을 했다. 직원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 할인은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자유인 행위(의료법 27조 3항)라고 보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보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는 것을 말한다.
A안과병원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의료인이 본인부담금을 임의로 감면해 주는 것을 허용하면 결국 요양급여비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라며 "본인부담금 감면에 따른 유인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의료기관이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감면 대상과 범위를 정하면 사실상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2심에서 바뀌었다. 부산지방법원 제4-3 형사부(재판장 전지환)는 A안과병원장과 행정부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게 인정돼야 한다"라고 엄격히 해석했다.
그러면서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나 행위자(일명 브로커)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A안과병원이 마련한 본인부담금 감면대상 범위가 그 대상이나 실제 감면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뒤흔들 정도에 이른다고 볼 증거는 없다"라며 "감면기준 적용이 자의적으로 보이는 측면은 있지만 그것 역시 의료시장 질서를 뒤흔들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