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노력한다. "나 지금 죽어도 후회없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조차도 마지막 죽음이 임박했을 때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죽음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죽음의 동시성을 알려준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비로소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 있던 사람이 내일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 속에서 꺼내왔다. 전 인류가 마스크 한 장으로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현실을 마주했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끝자락에서 환자들이 죽음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막고 있는 의료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헌신은 까맣게 잊은 채, 의료진을 옥죄는 정책과 법안은 지난 2년간 수없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 31일 수술실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어진 유예기간은 24개월이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유예기간에 관계없이 CCTV 설치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난 2020년때의 파업과 같이 "의사들이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며 비난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CCTV 설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수술실 CCTV에 찬성하는 일반인들은 몇 년 전 성형외과에서 일어났던 대리수술, 의료사고 및 사망 사건을 들어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본인이 떳떳하다면 의사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본인들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핵심이다. 필자 역시 위와 같이 의료진에 의해 발생한 사건 사고는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사항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대리수술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항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이루어지는 몇 백만 건의 수술 중에서 대리수술로 제기된 건수는 이때까지 몇 십건에 불과하다. 이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적인 의사들마저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신뢰의 파괴이다.
두 번째로, 수술방에 있는 CCTV로 말미암아 수술 행위 자체가 매우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이루어진다면 의사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매우 보수적인 결정을 하거나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 전체적인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 수술실은 이미 정해진 매뉴얼대로 진행하면 되는 공장같은 시설이 아니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급작스런 돌발 상황은 항상 발생하며, 의사는 정해진 순서에서 벗어나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이때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진은 스스로 판단하는데, CCTV가 존재할 시 추후에 있을 의료소송을 우려하여 보수적으로 기존에 안전하고 검증된 기법만 사용할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세 번째로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대학병원의 존재 이유 중 한 가지는 우수한 수련교육인데, CCTV가 설치되면 환자들이 자신의 담당 교수에게'만'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압력과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수련의들은 점점 수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이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의료계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의사들은 의료법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왜 불가한지 설명하려 애쓰지만, 의료현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CCTV 설치 반대가 밥그릇 지키기로 보일 뿐이다.
의료계에도 분명히 책임은 있다. '의료계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말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작정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짐에 따라 국민들의 지식수준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우선 대리수술 및 기타 불법적인 수술에 대해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있다. 미국은 대리수술을 상해 및 살인미수 행위로 규정짓기 때문에 적발될 시 의사 면허 박탈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한 강한 처벌을 부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영구적인 면허정지와 같은 제도로 의료계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관계이다. 구매자-판매자, 보호자와 피보호자, 계약 등등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복합적인 관계이다. 예전부터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하겠다는 서약을 했고, 환자는 의사를 믿고 자신의 생명을 맡겼다. 따라서 비즈니스 관계에나 적용할 수 있는 CCTV를 의료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 관계를 파괴하는 근시안적인 봉합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은 죽음과 가장 가까이 대면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다루는 의학은 100%의 확률을 근본적으로 추구할 수 없는 실용학문이다. 필자는 미래에 실수와 꼬투리 하나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곳이 아니라 의료진이 제대로 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현장에서 근무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