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밟으며 실외마스크 해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대유행 영향으로 독감 예방접종률이 하락하면서 인플루엔자 집단면역이 떨어진 것은 물론 마스크 착용 해제 등에 따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업계는 병‧의원 수급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대비하는 모습이다.
독감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국가조달로 공급하거나, 민간 시장에서 접종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주고 접종하는 영역으로 나뉜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독감백신 접종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해지기 전인 2020년 예방접종 기간의 경우 트윈데믹 우려로 인해 백신 접종이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해진 2021년은 국가예방접종(NIP) 위주의 독감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부회장은 "2020년의 경우 역대급으로 접종을 많이 했고 주변에 독감 백신을 구할 수 있는 대로 확보를 했던 기억이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2020년의 물량의 30%가량만 주문할 정도로 독감백신 수요를 낮게 책정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현재 상태로 이어져 일상을 회복한다면 인플루엔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독감 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시선.
일반적으로 독감 유행의 경우 상반기 남반구의 상황을 기준으로 북반구의 유행 시나리오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남반구가 먼저 겨울이 찾아오는 만큼 감염병 추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
6월에 겨울이 찾아오는 남반구 국가서 독감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3일 호주 정부는 올해 겨울 인플루엔자 예방백신(독감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공식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손야 베넷 호주 정부 최고 의료 책임자 대행과 앨리슨 맥밀란 최고 간호 책임자가 공동으로 발표한 이 성명에서 호주 정부는 코로나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올해 겨울 시즌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증가하고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인플루엔자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손야 베넷 대표 대행은 "올해 우리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 많은 사람들이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독감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고 면역력이 전혀 발달하지 않아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한백신학회 김우주 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역시 "인플루엔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지난 2년 간 공백이 있었다. 유행을 하지 않아 자연 감염도 없었기에 인플루엔자 집단 면역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도 낮았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독감백신 빠지는 SK바사…사노피 물량 확대 움직임
독감백신은 대부분 6:4~5:5 수준으로 민간과 국가예방접종에 공급되지만, 지난 2020년과 같이 트윈데믹 우려로 인해 국가예방접종 연령대가 확장되는 경우 국가 조달이 민간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독감 유행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감 백신 생산에서 빠지게 되면서 이 빈자리를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가 메꾸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SK가 빠진 매출만큼을 타 제약사가 매출을 가져갈 수 있어 국내사뿐만 아니라 사노피와 GSK등도 공급 물량 확대를 고심 중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
실제 지난해 이미 물량을 늘렸던 사노피의 경우 "올해 늘어나는 독감 백신 수요를 대비해 작년 물량에 비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사 역시 GC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의 독감 백신 전문 업체들은 독감백신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백신별 유효·안전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결국 영업력과 생산물량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가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 연령대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소극적인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조달 물량이 적어지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은 연령대를 두고 각 업체가 민간 영역에서 치열한 영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기존에 NIP에 진입하지 않았던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기존에도 NIP가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던 만큼 물량 확대 움직임이 독감 백신 접종 수요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신업체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가 얼마나 독감 백신 물량을 도입할지가 관건"이라며 "너무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12월경 접종 후반기에는 덤핑 판매·접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