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이 아닌 입원전담전문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를 주기 위한 시스템과 비전을 제시해야 젊은 의사들이 선택한다."
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신동호 회장(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교수)은 10일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상급종합병월 필수기준으로 전환된 입원전담전문의 인력난 해법을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심의를 거쳐 제5기 지정 기준으로 입원환자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 강화와 함께 입원전담전문의를 필수항목으로 전환했다.
복지부는 300병상 당 1명 기준으로 내년 1월부터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현황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점수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올해 연말까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 수도권과 지방 병원장들은 2억 5000만원에서 3억원 이상의 높은 연봉을 제시해도 전담전문의를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들 생각은 달랐다.
상급종합병원의 인식 전환과 시스템 마련, 비전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동호 회장은 "높은 연봉을 싫어하는 의사는 없다. 하지만 공짜 점심이 없듯 지속 가능성을 봐야 한다. 첫해 3억원 연봉이 5년, 10년 지나도 동일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연봉보다 젊은 의사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입원전담 교수 연차별 호봉제 시행 준비 "역할과 자부심 중요"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경영진과 입원전담전문의 협의를 거쳐 입원전담전문의 진료교수의 연차별 호봉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명확한 역할과 자부심도 병원들이 고민할 부분이다.
신 회장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시범사업부터 참여한 병원이 겪은 시행착오와 발전된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를 위한 통합내과를 개설해 내과 의국의 한 일원으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생각도 대동소이하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 정은주 회장(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추가한 것은 입원전담전문의 확산과 병원의 동기부여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은 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일시적 채용은 가능하겠지만 전공의 4년차, 5년차라는 구태한 사고가 존재한다면 사직이 이어질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도구가 아닌 병원 발전과 환자 치료를 위한 일원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호 회장과 정은주 회장은 "2016년 시작한 시범사업을 포함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행 6년차를 맞고 있다. 새로운 제도로 아직 과도기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대학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고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과와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절반 이하인 20곳 미만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원(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48개소, 전담전문의 수는 270명에 그친 실정이다.